우음도의 가을, 황금빛 초지의 벌판을 걷다.
걷고 걸어도 드넓게 펼쳐져 야릇한 빛을 발하는,
우음도 초지의 벌판은 끝나지 않을 듯 아득했습니다.
스펙트럼의 마지막 색인 붉은색 머금은
따뜻한 황금빛 초지의 화려한 색채에 매료되어 담는 내내 황홀케 하였는데
본 적 없는 갯벌 습지의 야생초가 띠풀임은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지독한 가을안개에 질려 오후 다 되도록
제 빛 발하지 못한 밍밍한 햇살만 아니었다면
눈부신 빛깔에 취해 그 너머의 아름다움은 아마도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세월 안은 체 시간 사이를 흐르는
우음도 띠풀의 환상적인 춤사위에 머무는 가을빛 바람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저 홀로 고독한 척 외로워 보이나
누가 주연이고 조연인지 ,
서로를 감싸며 소근소근 정다운 어울림이 조화롭습니다.
반복하며 쉬임없이 살아낸 시간들이
광야 같은 벌판을 스쳐지나는 바람 속에서,
뿌리 깊게 연결되고 또 연결된 다부진 결속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띠풀밭 군데군데 서있는 나무들 형상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보듯 합니다.
허허 벌판을 지나는 바람의 행로와 ,
그림 같은 풍광을 연출해내는 풀빛 신비로움과 ,
벌판 한가운데 우뚝 서버린 마음까지 들어와 넘실거리는 무지개빛 꿈도,
생존을 위한 자기의지일 것입니다.
고요함 휘감아 흐르는 황량한 벌판에서
그것들이 견뎌온 시간만큼 생기로 넘쳐나는 힘을 느껴봅니다.
바람 드센 벌판에서 살아내는 동안 언제나 강인할 수 만은 없습니다.
계절 바뀔때마다 새롭게 다짐을 하며 서로간의 안부를 확인합니다.
무심히 흐르는 듯 하나 ,
세월의 화살을 비껴가지 못하는 우리 사는 세상처럼
벌판 보다 깊고 넓은 유대감으로 서로 공존함을 엿봅니다.
바다가 살아있음을 증명해주는 칠면초 매무새도 만만치 않습니다.
유달리 붉은 색감이 선명하고 생김새도 튼실했습니다.
비가 내리지 않아 땅이 굳어 버석거리고 갯벌 특유의 질퍽함 없으나,
쓸쓸함과 강인함 사이에서
서로의 시간을 나누며 고요한 침묵으로 지켜내는
생성과 소멸의 아름다운 현장이였습니다.
어느 사진작가에 의해 공룡알이 발견되어 공룡화석지로 알려진 섬 우음도는
시화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육지화되었습니다.'
마을로 들어가는 비포장도로를 중심으로 양편에 드넓게 펼쳐지는 들판 혹은 갯벌은
단박에 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오후 시간대 맞춰 갔기에 해지는 방향으로 걸어들어갔습니다.
공룡알화석지와 초소는 다음으로 남겨두고 광활한 벌판에서 만끽한 이름모를 풀빛 내음에 취해 걷고 걸었습니다.
구름도 없는 먹먹한 하늘에서는
햇님이 벌판 위로 조용히 숨어들고 있었습니다.
서해안고속 비봉IC로 나가 화성시청지나고 사강교차로까지 갑니다.
사강교차로에서 공룡알화석지 이정표를 보면서 주욱 들어갑니다.
가을도 제법 깊어갑니다.
드넓은 가을 벌판을 걷기를 원하시면 우음도에 가보시길 권합니다.
20081018 우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