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풍경 셋, 햇살 그리고 햇살
해가 기우는 늦은 오후가 아닌 한낮에 겨울나무는 그림자를 만들어 놓았다
금싸라기 같은 햇살을 밟고 걷는데
나무 그림자가 무언가 다르게 다가온다
나무가 보여주는 모습이 어디 이뿐이겠는가마는
몇십년만에 찾아온 한파에도 의연한 겨울나무가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인다
새싹을 길어 올리는 힘이 어떤 것인지 ,
겨울 볕을 쬐며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는 숨결로 눈위를 어루만지는
겨울나무 그림자가 울림을 준다
새싹이 돋을 때까지
늘 그자리에서 계절을 아우르며 생명을 확인시켜 줄것이다
따뜻한 햇살 휘감고 그림자 저편으로 금새 봄이 올것만 같다.
꾸꾸 오리들 빛세례를 받는다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빛 알갱이 내려앉는 소리 위로삼아
무엇엔가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매서운 한파를 밀쳐내고 눈부시게 빛나는 풍경이 저토록 아름다운 이유는
겨우살이 길을 떠난 철새들에겐
한 줌 햇살도 추울 때 옷이 되어주기 때문일게다
때때로 바라던 것들이 소멸 될 때 햇살만큼 희망인 것도 없지 싶다.
꽁꽁 호수가 얼어 얼음썰매장이 되었다.
매서운 한파에도 불구하고 얼음판을 오가며 손녀들과 신나해 하시는 두 어르신 모습이
동화의 나라에 딱 어울리는 주인공이셨다
아이들은 할아버지할머니가 이끄는 대로 얌전하게 무릎을 끓고 앉아 썰매에 몸을 맡겼다
햇살 때문이였을까
거기에는 ,
할아버지할머니 아득한 젊은 시절의 추억 같은 시간이 썰매의 끈을 타고 사무치게 반짝거렸다
지난날의 화려함은 멀어지고 쇄락의 길에 접어든
노년의 무료한 일상에 활력이 되어주는 기쁨과 행복도 썰매를 타는 듯했다
지나가는 바람조차도 덩달아 썰매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