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 공세리 성당에 가다
늘 가보고 싶었던 공세리 성당에 두째딸과 갔습니다.
아산 인주면 공세리 마을에 위치해 있으니 공세리는 지역명입니다.
이름이 참 곱습니다.
봄이 곧 올 것이라고 하늘은 따뜻한 바람을 보내줍니다.
흐느적거리며 늘어진 나뭇가지 사이로
엄숙하게....그러나 유명세만큼이나 아름답고 아담한 면모를 드러냅니다.
경계를 구분하지 않는 우뚝 선 십자가를 먼저 바라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해도 어떤 차별이나 구분없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으로 지상의 것들을 품고 있는듯 합니다.
고통을 짊어지고 사랑의 중심에 선 십자가를 바라봄이 내게는 늘 죄송합니다.
내 느낌보다 훨씬 더 깊고 큰 사랑일 것입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랑을 확인시켜주리라 봅니다.
공세리 성당 입구에서부터 나이 많을거 같은 느티나무가 눈길을 끌더니
수령 340년 된 팽나무는 본당 마당에 떡 버티고 있습니다.
무슨 보답이라도 하듯 우람찬 기세로 시선을 압도합니다.
굵고 단단한 뿌리는 영겁의 세월을 살아왔을 모양새로 써놓지 않았으면 나이를 가늠키 어렵겠습니다.
헐벗은 뿌리를 가만 만져보았습니다.
어쩜 이리도 견고할 수 있을까
쓰러지지 않고 자리를 지킬수 있는 건 견고한 뿌리 때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월을 관조할 수 있는 여유를 지닌 표정엔 비장함마저 서려있습니다.
십자가와 묘한 대비를 이루며 서로의 길을 가는 것처럼
어떤 희생도 감수하리라는 자세입니다.
지극한 사랑이 숨어 있을 거 같은 뿌리는 오래오래 사랑의 소리를 들려줄 것입니다.
회갈색톤의 바람을 가르며 치렁치렁 매달린 빈가지들이 곧 새움이 틀 것이라고 속삭입니다.
봄이 오는 길목,
새봄이 어서와 침묵으로 응답하는 팽나무 나뭇가지에 새움이 트면
오늘 춘설 내린 내 산책길 나뭇가지에도 새움이 틀 것이고
활기찬 새봄을 기다리는 모두들 가슴에도 희망의 새움이 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