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흔적

고려산 진달래 , 안개 속을 걷다

해린- 2011. 5. 10. 11:59

 

 

 

 

 

안개 속에 흩뿌려진 연분홍 색감의 신비감을 어떻게 전할까요.

그 경이감에 휩싸여 걷는 내내 너무도 황홀하였습니다.

지상에 피어나 천상의 소리를 들려주는 듯 하였는데,

그 황홀함이 어쩌면 그렇게 눈물겹던지요.

모였다 흩어지고 ,흩어졌다가 모이고 ,

산안개 밀려와 꿈꾸는 숨결로 내려앉으면 나분나분 날갯짓하던 연분홍 진달래,

자연이 보여주는 이런 황홀과 떨림이 비단 이 순간만은  아닐테지요.

마음 상태에 따라 늘 다르게 느껴질테니까요.

오월의 신록 아래로,

진달래 저문지 한참인데 ,  고려산 진달래는 아직 연분홍 봄빛을 잃지않았어요.

안개 속의 진달래 숲을 가슴 떨며 걸어보았으니 내겐 새로운 경험인 셈이에요.

 

산안개가 보여주는 몽환 속에서 초롱초롱 눈을 뜨며 날갯짓하던 연분홍 진달래의 환상,

조금이나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감을 두려워한다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카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 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물수 없는 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 것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뒤에 숨는 것은 다르다 ..........안개 속에 숨다 /류시화

 

 

 

 

 

 

 

 

20110507 강화 고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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