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흔적
오월의 연밭에서
해린-
2011. 5. 21. 16:47
실제 오월 연못에 피어난 수련입니다.
아니 지금 피어나고 있습니다.
오월의 바람 살랑 이는 수면 위로 고요히 피어나는 수련을 만났습니다.
모네의 수련을 기대하기엔 그 시기 이르긴 해도
연못의 깊이보다 담담한 표정으로 편안해 보입니다.
연꽃과는 달리 그 수명이 3~4일로 짧은 수명을 지닌 수련은
왠지 생명의 신비스러운 빛이 느껴지곤 합니다.
이곳 관곡지는 이름도 다양한 여러 종류의 열대수련이 해마다 피어나
수련만이 지닌 순수하고 고귀한 아름다움을 과시합니다.
푸른 연잎 넘실거릴까 연밭에 가니 그곳에는 줄기조차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늦가을에 보았던 빨간 수초가 숨막히는 연둣빛을 뿜어냅니다.
어디로 갈 것인가,
갈 길 정하지 못한 연밥들은 거기에서 , 아직 하나로 뒹굴고 있습니다.
이르지 못하는 그곳, 다시 시작되는 이곳 ,
오월의 빛살 사이로 곱디고운 초록 물풀이 투명하게 반짝거립니다.
물에서만 살 수 있다는 듯 수면 위에 둥 둥 떠
시간 저 끝으로 흘러가는 세월에 흐름을 맡기고 있습니다.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중에서--
2011 0514 관곡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