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음도의 오월, 푸르름 메아리치는 벌판에서
언제부터였을까,
허허 벌판에 서있는 한 그루 나무에서 나의 우음도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우음도 주인인 바람보다 먼저 다가와 마음의 울렁임을 알아차리고 악수를 청합니다.
벌판인 듯 가이없이 드넓은 황량한 곳에서,
사시사철 바람이 호기를 부리는 곳에서,
외로운 듯 보여도 전혀 그렇지 않다며
푸름이 메아리치는 오월의 벌판에서 다정한 표정으로 너풀너풀 춤을 춥니다.그리움의 끝이 어디메쯤인지 알고 있는 듯합니다.
이제는 애틋한 친구같이 자연스럽게 동행해 줍니다
누구의 슬픔과 기쁨이 될까,
허허 벌판에 멈추지 않고 부는 바람 그 바람 속에서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소소소 쏟아져내립니다.
바람의 리듬따라 질서있게 흔들리는 띠풀의 향연은 바람 너머의 세상을 보여줍니다.
질서를 따르고자 애쓰는 띠풀의 열망에서 한 편의 장대한 서사시를 읽습니다.
살아 숨쉬는 그 무엇들이 무어라 소곤대며 푸르게 푸르게 출렁입니다.
그것들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순간 영원까지 계속될 시간은 띠풀의 서정에 충실해 줍니다.
어느해 가을 황금빛 띠풀에 매료되어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려봅니다.
그때는 황홀한 풍경 속을 거닐었다면
지금은 띠풀이 전하는 열망을 알아차려 진정 친구된 마음으로 걷습니다.
어쩌면 바람보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나부끼는, 띠풀안부가 더 궁금해 이곳에 오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일까,
오월의 푸름을 불러들이는 벌판은 자연의 빛 그대로 평화로움을 선사합니다.
싱싱한 풀향기에 사로잡혀 마음 저 너머에까지 그 향유함을 배달합니다.
초록물 가득 배인 풀은 최고의 자유함을 누리고 있습니다.
" 바람보다 빨리 눕고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
정말 날씨도 흐려 이수영의 풀이 언뜻 스치고,
시간이 흐르다 멈춘 것 같은 공간 속에서 원시의 이야기를 엮어 내고 있습니다.
고단한 현실을 사는 사람들이
자유를 부여하는 이 소박함이 좋아 비현실적인 원시의 벌판을 찾아나서는지도 모릅니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형체도 없이 머물다 사라지는 바람과
늘 그리움으로 서있는 몽환의 나무와
무언가 열망하며 하얗게 나풀거리는 띠풀의 자유로운 영혼 그리고 바람보다 빨리 눕고 일어나는 풀들과
시간마저도 순간과 영원이 하나가 되어 ,
풍경을 바라보는 마음의 정취와 하나가 되어 ,
모두가 하나가 되어 조화롭게 흐르는 곳,
그냥 편안하게 이것들을 함께 엮어서 시간의 강물에 띄웁니다.
흐름의 조화 속에서
살아 있는 중심에 있기를 , 행복의 중심에 있기를 ,평화의 중심에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우음도 2011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