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수묵화로 피어나다.
설악산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오랜만이라 감회가 깊다.
시간의 두께 만큼 깊어진 세월의 흔적이 여울져 흐르고 , 지나치는 풍경마다 그 느낌이 새롭기만 하다.
언제쯤 내렸는지 하얀 눈은 산야를 이불처럼 살포시 덥여 있고,
시린 겨울을 이겨내는 산기슭 나무들이 장해 보인다.
소나무일까,전나무일까 ,
푸른 빛깔을 잃지 않고 푸른 생명력을 자랑하며 겨울산의 정취를 더해 준다.
서로 어우러져 저희들만의 겨울나기를 잘 하고 있는 것이다.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나 천상의 화원을 이룬다는 ,
늘 가보고 싶던 곳 선자령 풍력발전기가 저 멀리 보이고 ,
'인제가면 언제오나' 인제 산등성 자작나무는 듬성듬성 하얀 몸피 그대로 은빛 춤을 춘다.
이름도 두멧골스런 십이선녀탕 휴계소를 지날쯤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했다.
너무도 사실적인 창 밖 풍경들이 순간적이고 찰나적으로 스치면서 꿈인양 입체적으로 전개되었다.
눈길 통제가 풀렸으니 마음 같아선 추억어린 미시령 옛길로 들어서고 싶었으나 가족여행인 만큼 참기로 했다.
미시령터널을 지나니 도착지 숙소인 설악쏘라노가 가까워지면서 울산바위가 짠하고 나타난다.
굳이 바위에 얽힌 전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크고작은 바위들이 기기묘묘하게 어우러져 기암괴석을 자랑하고 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창문을 열고 찍는게 안됐는지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워준다.
내일 다시 찍더라도 빠르게 몇장을 담아본다.
그림처럼 펼쳐진 한자락 풍경이 설악의 향기를 벌써부터 설레게 한다.
리조트에서 제공된 조식으로 든든하게 이른 아침을 먹고 설악산으로 향했다..
설날 떡국을 리조트에서 먹기도 처음인데,새롭게 시도해보는 명절여행을 위해 미리 바쁘긴 했었다.
어제 보았던 울산바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은 기분 좋은 햇살을 데리고 반갑게 맞이해 준다.
애당초 산행 목적이 아니기에 케이블카를 타보기로 했다.
권금성이라도 올라가 수묵화로 피어난 설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싶었다.
설날 이른 아침이니 아마도 우리만 케이블카를 탈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탑승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권금성까지 두대가 운행을 하며 탑승요금은 성인기준 왕복 9천원이다.
수묵화로 피어나다.
'자연은 문자가 아니라 그림이다'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듯하다.
형형색색의 단풍 물씬한 가을산 정경도 좋지만 겨울산은 겨울대로 독특한 매력이 넘친다.
녹색의 잎맥이 아직도 푸른 나무들이 하얀 잔설과 대비를 이루며 아름다운 선을 이룬다.
겨우내 지친 산을 다독이며 품고 있는 듯하다.
산등성을 타고 흘러내리는 세찬 바람 속에서
가을날 온몸으로 노래하던 단풍 꽃더미
마른 잎 가지 끝에 달고 묵묵히 서 있구나
신흥사 지붕 위 잔설 애잔하여라.
나무들 비탈에 서다.
뼈 앙상한 산등선따라 비탈에 선 나무들이 추울 대로 추운 햇살 속에서 그림같다.
겨울산을 위하여 온몸으로 버티어 선 굳센 의지,
어쩌면 장한 의지보다 추운 겨울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경에 이리저리 시선을 옮기다보니 금새 권금성 승강장이다.
케이블카로 5분거리를 꿈인양 바라본 것이다.
권금성승강장에서 권금성까지는 도보로 10분거리란다.
바람 몹시 불어 춥고 눈길이니 아이들처럼 좋아할 것만 아니라며 오르지 말란다.
구두 신고 오르는 사람도 있거늘 등산화로 무장해 끄덕없다며 걷는데 미끄럽긴 하다.
조심조심 권금성에 도착하니 칼바람이 분다.
매서운 바람 건너 구비치는 산능선 경계가 하늘 맞닿을 듯 하고 파란 하늘이 시리게 아름답다.
권금성에 올라 수묵화로 피어난 장대한 겨울 설악산을 찍겠다는 기대는 칼바람에 밀려
겨우 몇장을 담고 승강장으로 내려오니 멀리 속초바다가 안겨 온다'
2012 0123 설악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