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흔적

변산바람꽃을 만났습니다.

해린- 2012. 3. 27. 17:50

 

 

 

 

아직은 겨울나무 가득한 숲에 조용히 피어난 변산바람꽃을 만났습니다.

혹독한 계절을 이겨내고

새봄을 알리기 위해 핀 꽃이라기엔 처절하리만큼 아름답고 청초합니다.

 

수줍은 듯 맑고 고운 빛깔로 숨쉬는 하얀 꽃잎과

하늘거리는 줄기는 연약해 보입니다.

어떤 힘이 내재해 있는 것일까요,

보이지 않는 이면의 아름다운 강인한 자생력은

투명하게 빛나는 생명의 빛깔이며.

 생활속으로 스며드는 생명의 향기입니다.

 

 

바위틈에 피었습니다.

 

수리산에 가면 변산바람꽃을 만날 수 있다는 인터넷정보만 믿고 찾아나선 길,

수리산 병목안 약수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길 입구에서 어느 길로 들어설까  망설였습니다.

카메라 든  진사님들 만나면 따라갈 요랑으로 입구에 서 있는데  운좋게 여진사님을 만났습니다.

몇년째 수리산 변산바람꽃을 찍어왔다는 멋쟁이 여진사님 뒤를 따르며 

드디어 바람꽃을 찍게된다는 기쁨에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주위를 살폈습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것들이 아직은 봄은 멀었다 싶은 표정으로 산 속 풍정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마른 잎들 수북한 길따라 걸으며

부드러운 마음의 출렁임으로 샅샅히 살피고 또 살폈습니다.

바람꽃은 어디에 피었을까요?

이곳을 잘 안다는 멋쟁이 여진사님도 우왕좌왕했습니다.

가던 길 포기하고 내려가는데 바람꽃 어디 피는지 정말 잘 아신다는 진사님을 만났습니다.

허겁지겁 ,드디어 바람꽃 계신다는 곳을 찾았습니다.

 

 

 

 

바람 속에서 한들한들 춤을 춥니다.

 

전혀 다른 방향의 길따라 올라가니 어느 여진사님 땅에 엎드려 무언가 열심히 찍는 모습이 들어옵니다.

멀리서 보아도 야생화 사랑함이 대단해 보입니다.

뒤질세라,  발걸음 빠르게 올라가니

바람 불러모으는 등산로 어귀에 피어나 애닮은 몸짓으로  한들한들 춤을 춥니다.

아, 바람꽃인가 보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하얀 꽃무더기 서로가 추어올리며 하얀빛 자태로  환하게 웃습니다.

 

 

 

 

하얀빛 자태로 환하게 웃습니다.

 

가라앉은 햇살이 잠시 비칠라치면 환호로 화답하면서 열심히 담던 멋쟁이 여진사님

오늘 우리 무슨 좋은 일 했을까요?

정말 환상인데요, 라며 그 자리 있음만으로  어느 사이 우리가 되어있었습니다.

그 자리 깃들었던 다소 차가운 바람도 ,스쳐지나는 등산객도 모두 우리가 되었습니다.

변산바람꽃 만남도 처음이고,

야생화를 찍기 위해 이모양 저모양새로 땅에 엎드려 찍기도 드문 일이라

엉거주춤한 나에 비해 멋쟁이 여진사님은 갖가지 렌즈로 유감없는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기나긴 겨울 잘 이겨냈다고 ,

바람이 불 때마다 한들한들 춤을 추면서 봄소식을 전하는 듯했습니다.

 

 

 

 

 

2012 0325 수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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