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오름 (앞오름)탐방기
내가 선택한 그 시간에 충실했음 이라고......
햇살과 바람과 아름답기 그지없는 능선과 , 고김영갑님의 용눈이오름을 나도 그만 단박에 반해버렸기에 이번에도 가고 또가고 했다.
아무튼 그렇게 하루는 용눈이오름에 들락거리다 그곳에서 가까운 아부오름에도 가보기로 했다.
아부오름은 어떤 모습을 내게 보여줄 것인지, .
용눈이오름에서 출발할 때 비가 한 두 방울 내려 염려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보며 갔다.
주차장이 따로 없어 길가에 겨우 차를 세우고는 들어가는 입구에 서니 비도 더 내릴 것 같고 목초지라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바라보기만 해도 감탄이 절로나오던 용눈이오름과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오를까말까 멈칫거리는 나에게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곳이라고 관광객을 기다리던 관광버스 기사님이 용기를 주신다.
그때쯤 제법 많은 인원의 탐방객들이 오름입구로 우르르 몰려나온다.
단체관광으로 오신 분들인 듯 관광버스에 빠르게 오른다.
그들이 내려온 길따라 올려다보니 다행히도 오르막 길이 짧아보인다.
마음 급해져 부산하게 걷는데 눅눅한 풀섶의 진보랏빛 엉겅퀴꽃 염려말라며 길을 열어준다.
용눈이오름엔 노란민들레가 활짝 웃더니 아부오름에선 보랏빛엉겅퀴가 수줍은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경사라기엔 비스듬하게 비탈진 길따라 어느정도 오르니 앞오름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가볍게 걸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표지석 앞에 서니 능선 너머로 멀리 아스라히 오름들이 보인다.
분화구 능선이 원을 그리듯 하고 , 분화구 안에 삼나무숲이 동그란 형태로 심어져 있다.
능선을 둘러보니 비교적 아담한 오름이라 생각이 든다.
나홀로 탐방이라 누가 없나 시선 머무는데까지 살펴보아도 나 이외의 탐방객은 보이질 않는다.
조금은 두려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멀리 아스라한 또다른 오름들에게 시선이 간다.
햇님은 일찌감치 숨어버렸고 한 두 방울 빗님까지 내리시고..
어두운 하늘과 만나고 있는 아스라한 오름들이 가슴을 파고든다.
압도해오는 풍경을 시선에 잡히는대로 마구마구 담으면서도 섬찟 무섭다는 생각이 둘어 발걸음이 빨라진다.
늦은 오후이기도 하고 , 하늘마저 어두워 무섭다는 생각밖에 들지않아 내려갈까 잠시 망설여진다.
이게 뭐람..하고는 발길 머무는곳으로 눈길 옮기는데 소리없이 제 모습을 드러내며 보랏빛 엉겅퀴꽃이 무리지어 피어있다.
어머 , 나와 함께 하고 있었구나 ,고마워, 엉겅퀴야....
탐방이라기엔 제멋에 겨운 사진놀이기에 내가 가는 곳 그 어디든 세밀한 포착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곳 아부오름만은 이시간 온전히 나홀로 걷고 있음에 대한 의무감마저 든다.
이 시간 아부오름 분화구 능선 길을 걷는 사람은 진짜 나 이외엔 아무도 없다.
이럴수가~
이 나이에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와서 나홀로 걷고 있는 것인지......순간 내게 묻고 싶어진다.
제주 사는 친구에게 아부오름을 가보겠다니까 그 친구 말인즉,
아부오름은 민들레꽃 피는 3월에 올라가 삼나무가 심어져 있는 분화구 안에 드러누워 민들레와 함께 하늘을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그 친구 한때 오름의 매력에 빠져 지냈다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
아, 3월에는 이곳 삼나무숲이 민들레영토가 되겠구나 ..하고는 , 삼나무를 인의적으로 심어논 분화구 안을 들여다 본다.
영화 이재수 난을 촬영하기 위해 분화구 안에다 삼나무를 심었다니 ,
암튼 삼나무숲을 보기 위해 오는 탐방객도 있으려니 한다.
숲길 들어서기전 세워둔 안내표지석 , 분화구능선 전체 km 중 그곳이 능선 중간쯤 되었다.
높고 낮게 ,강하게 약하게 시시때때로 불던 제주도 바람은 다 어디로 갔을까나, 바람마저도 불지 않아 적막하기 그지없다.
하늘이 내 처지 알아차려 도와주시는지 ,한 두 방울 내리던 비는 그런대로 괜찮다.
확 트인 능선길에서 숲길로 접어드는 지점에 왔다.
숲 속엔 혹여 누구라도 있을까 ?
차라리 아무도 없는게 나을성 싶은 바램으로 숲길로 접어들긴 했으나 무서움이 다시 발동을 한다.
나도 모르게 걸음이 멈춰져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을 앞 뒤로 둘러보았다.
어디쯤일까? 숲길 들어서기전 안내표지석의 글을 읽어보니 출발점의 반쯤 온둣 싶다.
숲으로 들어서기 섬찟 무서워 훤한 길로 되돌아갈까하다 가던 길 그대로 걷기로 했다.
다행히도 숲길은 짧았다.아주 빠른 걸음으로 , 아니 뛰었다는 표현이 맞다.
숨가쁘게 숲을 빠져나오니 휘어드는 능선 너머로 저리도 멋진 풍경을 예비해 주신다.
멈춘 듯한 바람은 어디선가 조용히 불어왔다.
아부오름은 앞오름이라도고 불리며,
아버지가 앉아 있는 모습이라 아부오름이라 하고,송당마을의 앞이라 해서 앞오름이라 부른다 한다.
제주도 섬 전체가 아름다워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가 되곤하는데, 이곳 역시 그런가 보다.
녹음 짙은 유월에 앙상한 가지가 왠지 눈길을 끌길래 찍은건데 ,들어가는 입구에 있던 저 앙상한나무는
영화 연풍연가에서 장동건과 고소영이 저 나무를 배경삼아 촬영을 했다고 , 다녀와서야 알았다.
어쩐 일인지 이곳 아부오름 능선을 걷던 순간 순간이 자주 떠오른다.
아마 그건 내가 선택한 그 시간에 나름 충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 또 어느 길 위에서 걷게 될까?
그때는 크게 두렵지 않기를 바라면서 내게 남기는 탐방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낯선 길을 걷고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2014 0611 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