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흔적

산책길에서

해린- 2014. 10. 25. 18:49

 

 이 화려한 잔치에 한동안 초대되겠네 ...

 

 

 

 

 

 

 

내 산책길  숲에도 제법 가을빛이 곱게 물들기 시작했다

가을 숲으로 밀려든  오색 빛살이 하도 고와서

진작에 연락했어야 할 ,

오래도록 잊고지내던 햇살 너머  친구 근황까지  대신 소식을 전해주는 듯하다

이제는 돌아와 거을 앞에선 내 누이같은 ,

그 무어든 아직도 그렇게는 놓아버리지 못한 채 이 길을 걷고 있구나

 

 

 

 

 

 

물리적  길이는  잴 수 있으나 그 깊이는 잴 수 없는 , 내가 수시로  걷는 산책길이다

풍경 그대로 사계절  분위기를 바꾸어가며 

마음 다 내려놓지 못한 절절한 어떤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숲길이며

시선으로 포착하는 너머의 것까지

다양한 코드로 이해해주는 숲이고 길인 것인데

조락의 숲 그 길을  여전히 나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걷고 있구나

 

 

 

 

 

 

화무십일홍 , 허공에 꿈을 뿌리며 우수수 떨어지던 봄날의 벚꽃과도 같이

시간의 길이와 형태만 다를 뿐

지고지순 했던 초록 잎새의 날들은 가고

사라지는 허망에 앞서 최상의 화려함을 뽐내고 있는 것만 같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또다른 세상으로 가기 위해  환희의 송가라도 부르는 것일 게다.

 

 

 

 

 

 

가방에 넣었다고 생각되어진 모자를 잃어버려 애당초 계획한 목적지까지 못 가고

걸었던 길을 되돌아 내려오는 길에는

잃어버린 모자 대신 춤추듯 일어서는  낙엽송들이 현란하다

이 근사한 가을 숲에서 어찌 잃어버린 모자에 연연할 수 있을까

 

 

 

 

 

 

-   안도현/가을 엽서 -

 

 

한잎 두잎 나뭇잎이
낮은곳으로
자꾸 내려 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던 물어 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        

 

 

 

 

2014.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