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u- do . 비내리는 날 스케치
여행 두째날 비예보가 있었지만 일정대로 우도행 배를 탔다.
우도 올레길을 한바퀴 걸어보자며 꿈도 야무지게 렌트카는 성산항 주차장에 잘 모셔둔 터였다.
일출 맞이하려고 새벽길나선 광치기해변에서 파란바다보기는 이미 체념했었다.
그래도 그렇지 , 하늘은 금새라도 단비를 주시려고 준비완료상태였다.
배난간 저 멀리 뿌연 해무속에서 아른거리는 섬 지미봉은 수줍게 카메라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우도표 앙증맞은 오토바이가 시선을 끌었다.
관광객을 위해 마련해 놓은 교통수단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섬 한바퀴 쉬엄쉬엄 걷는게 관광 목적인 우린 신기한 오토바이는
그저 눈으로 감상하며 해변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흐린 날씨 탓인지 오토바이만 간간히 지나가고 걷는 사람은 우리 뿐이었다.
여기에서 또 만나네 ,
동쪽 해안따라 갯바위에 간간히 피어있던 갯메꽃이 우도해변에도 피어 있다.
흐린 바다를 환하게 연결해줌으로써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걷고 있는 길 옆 갯바위에 피어나 자연스럽게 포착할 수 있어 찍는게 불편하지 않다.
해안선에 피고 지는 야생화는 무언지모를 질긴 애환를 담고 있는 듯하다.
해국일까?
그러니까 해국의 보금자리는 여기?
섭지코지 가던 길 갯바위에 숨어 살포시 몸사리고 있더니 이곳에선 합창을 한다.
호젓한 해변길 행보에 향기를 드높인다.
바다를 향한 찻집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햇살 가득한 날에 그곳에 앉아 파란 바다를 보며 즐기는 차 한 잔의 맛은 어떨까,
오늘은 흐린 하늘을 불러들이고 있으니 어쩐다?
가정집을 개조한 듯 제주 특유의 돌담으로 둘러쌓여 호기심을 자극하는 Hello u -do , 향토 맛을 풍긴다.
아기자기한 풍경을 즐기며 걷는 사이 하늘은 준비해둔 빗님을 보내신다.
우도지도를 보면 이쯤은 산호해수욕장인데, 흐린 날씨라도 정말 이름처럼 바다 물색이 신비로웠다.
햇살 좋은 날엔 에메랄드빛으로 더없이 좋은 선경을 이룰 것이었다.
비는 내리지만 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낭만적이긴 했다.
한시간정도 걸은 시점에서 비기 제법 내려
섬 한바퀴 트레킹은 더이상 무리라고 생각들어 올레길 트레킹은 멈추기로 했다.
어떤 방법으로 구경을 할지 별 관심도 없이 걷기에만 열중한 터여서
이쯤에선 어디로 가서 어떻게 구경할지가 난감했다.
우도의 메인이라 불리는 우도봉을 먼저 가보기로 하고 , 섬전체를 구경할 수 있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성산항에서 출발하는 배편소속에 따라 내리는 항구도 달라진다.
우린 천진항소속 배편을 이용하여 우도항으로 안내를 받았었다.
산호해수욕장을 조금 지나 있는 버스정류장(정류장 이름모름)에서 버스표를 구입했다.
정보에 아둔해 우왕좌왕 했으나 낯선 곳으로부터 누리는 재미도 쏠쏠했다.
우도관광쿠폰 즉 버스표(1인 5000원)를 구입하면 버스기사님 안내에 따라 섬전체를 구경하게 된다.
버스기사님이 제일 먼저 내려준 곳은 우도봉이었다.
우도여행은 그닥 흥미가 덜해 제주도행 여행지에선 언제나 제외시켰다.
자매여행길이라 오게되었으나 이왕 왔으니 우도봉은 올라야 하지 않겠는가?
성산항을 떠나올 때 마중하던 일출봉은 흐린 날씨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았다.
허긴 버스표를 구입할 때 매표창구 아가씨가 우도는 날씨 화창한 날에 구경하면 일품여행지라고 말하긴 했다.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 없어도
바다의 은은한 향기가 초록의 풀밭에 길게 스며들어 그런대로 관광객들을 반겨주고 있었다.
수학여행온 학생들이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길을 트니까
어느 정도는 흐린 날씨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우도봉으로 가는 길 회색빛으로 드리운 해안 풍경은 한번 더 오라고 유혹을 했다.
'현재 있는 곳에서 만족을 느낄 때 행복해요'
날씨만 좋다면 영화 러브어페어에 등장했던 그 섬 아름다운 초원의 풍경을 닮았을 거라고 여겨졌다.
나로 하여금 단박에 반해버리게 만든 보라색 엉겅퀴꽃,
언젠가 사려니숲에서 만난 산수국만큼이나 사진을 찍었던 엉겅퀴꽃이다.
빗소리에 한껏 움추려든 매무새가 짙푸른 녹음 풀숲에서 얼마나 눈이 부시던지......
잘 찍었어야 했는데 , 그때 내게 들려주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없음에 안타깝다.
우도봉 구경을 마치고 그다음 관광지 검멀레 둥굴로 안내를 받았다.
비가 좀 더 세차게 내려 관광객들은 누구도 동굴구경에 나서지 않았다.
동굴이 보이는 곳에서 동굴배경삼아 인증샷에 모두들 열중했다.
하고수동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 우리를 태우고가던 버스가 고장이 났다.
차가 오려면 십분여를 기다려한다니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내려서 걸어갔다.
구경을 하면서 즐길 수 있는 상태를 이미 벗어나 있었다.
진짜 이곳은 햇살 좋은 날 구경하러 오는 곳이라고 한마디씩 했다.
우도에서는 비하고 친해지지 못했다.
비가 내려도 어지간하면 일정을 채우는 편인데,
서빈백사해수욕장을 남겨둔 시점에서 우도관광을 접기로 했다.
서빈백사해수욕장은 동양에서는 유일하게 홍조류가 굳어져 해변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보리밭일까? 밀밭일까?
기사님 해설이 없어도 비내리는 우도마을이 창 밖으로 그 모습을 보여준다.
관심 밖에 밀려나 있던 마을 풍경이 이제사 시선에 잡힌다.
밀밭인지 보리밭인지 ,물결치듯 결 사이로 짧조름한 시간이 지나갔다.
여섯시 배로 떠나리라는 계획을 변경해 두시 배를 탔다.
그러고보니 , 차 한 잔의 시간도 갖지 못했네...
다시 부르면 올 것이라고, Hollo u -do.
2015 0602 제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