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 가는 곳

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 /이문재

해린- 2018. 2. 3. 12:01

 

 

 

 

 

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 / 이문재

 

 

햇볕에 드러나면 짜안해지는 것들이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햇살이 닿으면 왠지 슬퍼진다

실내에 있어야 할 것들이 나와서 그렇다

트럭 실려 가는 이삿짐을 보면 그 가족사가 다 보여 민망하다

그 이삿짐에 경대라도 실려 있고, 거기에 맑은 하늘이라도 비칠라치면

세상이 죄다 언짢아 보인다 다 상스러워 보인다

20대 초반 어느 해 2월의 일기를 햇빛 속에서 읽어보라

나는 누구에게 속은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진다

나는 평생을 2월 아니면 11월에만 살았던 것 같아지는 것이다 .

 

 

 



Nur wer die Sehnsucht kennt (Sehnsucht),

D. 656 (1819), Quintet for male chorus
Orphei Drangar*

*Orphei Drängar 는 1853년 창립된

Uppsala에 소재하는 스위스 남성 합창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