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흔적

이태리남부 폼페이, 소렌토, 카프리섬, 나폴리항구 / 또다른 내일의 길 위에 설 것이라고

해린- 2018. 6. 21. 22:02

 

서유럽여행5일째 / 폼페이,소렌토,카프리섬,나폴리

 

 # 폼페이 유적지, 페허의 적막감

 

 

아, 저 햇살,폼페이 가는 길, 나 좋아하는 아침햇살 빛을 발했다. 어떠한 빛보다 활력 넘치는 강렬한 빛이다.하루 치뤄낼 일정에 딱 들어맞게 완벽에 가까운 햇살이라 명해도 좋을 것이였다. 낯선 곳 달리는 버스 안으로 손님인 양 드나드는 햇살황홀경에 빠져 지내는 사이  멀리 노을 속 베수비오화산이 봉긋 내밀었다. 익히 들어서일까, 삽시간에 한 도시를 멸망케한 화산이라기엔 왠지 친숙하게 느껴졌다.

 

 

 

 

달리는 길 양 옆을 살펴보라는 가이드 주문이다. 절로 시선 머물던 이색적인 풍경 속 건물들마다 특색이 있다. 건물마다 나로하여금 호기심을 자극하긴 해도 체험학습도 아닌지라 그저 부담없이 즐겼다. 앞죄석에 앉은 덕을 톡톡히 봤다. 폼페이 도착할 무렵 가이드 해설따라 시선을 돌렸다.  길 오른쪽 창 밖 마을 너머로 푸른빛 감도는 바다가 보인다.그당시 항구도시였던 폼페이는 교통의 요지로 사방의 문물이 들었왔던 상업도시였다고.

 

 

 

숙소에서 여섯시반 출발해 대략 세시간쯤 달려 폼페이 도착하니 이른 아침  한가한 구경이 시작되었다. 게이트를 통해 들어서는 설렘을 즐기며 역사 속 폼페이를 맞이했다. 2월의 햇살이 부드럽게 페허의 잔재 위에 쏟아져내렸다.자연의 힘에 의해 하나의 도시가 삽시간에 멸망했음을 목도하면서도 , 그들의 슬픈 역사에 온전히 이입되지는 못했다.그건 아마도 여흥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보이는 것 죄다 찍느라  내시선은 늘 가이드해설을 앞섰는데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폼페이 유적지는 지난 포스트 참조

 폼페이 유적지 , 아침 햇살에 반짝이던 페허의 적막감http://blog.daum.net/akdmarlf/15862871

 

 

 

 

 

폼페이 구경후 주변 이탈리안식당에서 점심으로 먹은 파스타와 샐러드는  괜찮았다.한테이블에 네명씩 앉았는데 동생과 나는 잉꼬부부와 늘 한팀이 되어 먹곤했다. 외교무역에 평생 종사했으며, 퇴직후 해외여행을 다닌다는 부부팀 남편은 시종일관 아내사진 찍기에 최선? 을 다해 일행으로부터 잉꼬부부 호칭을 얻었다. 부부팀 아내는 첫날부터 내게 특별히 친절했다.와인을 주문하는 테이블도 있고, 옆 테이블에서는 파스타가 엉터리라며 푸념을 하기도 했다.어쨌든 테이블마다 맛과 질 차이가 나긴 한 모양이다.여행하다보면 먹을 때마다  내입맛에  맞기란 쉽지 않은 일이므로 감안해야 할 것이다.

 

 

 

 

전혀 낯설지 않은 이 느낌은? 우리나라 70년대서나 봄직한 시골스런 풍경의 폼페이 스카비역이다.예전 우리나라 완행열차쯤으로 생각하면 좋을 듯했다.예전 인천 소래에서 수원을 오가던 협궤열차보다 열차공간이 약간 넓다고 느껴질 뿐 속도나 정서는 흡사했다.외벽에 다양한 문자와 그림(그라피티)을 칠한 낡은 기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서며 뷰 를 만드니까 더 그렇게 느껴졌다. 달리는 기차 밖  레몬이 주렁주렁 달린 주택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마을과 마을 사이를 오렌지와 레몬이 잇는 이색적인  시골풍경이었다.레몬,오렌지는 폼페이주변 농가의 주소득원이라고 한다.

 

 

 

 

 

 

 

 

 

# 소렌토 , 돌아오라 소렌토로의 무대

 

폼페이 스카비역에서 기차를 타고 소렌토항구에서 배타고 카프리섬 가는 길은 기대 반 설렘 반이었다.사실 카프리섬보다 소렌토라는 지명이 내겐 더 익숙해 소렌토가 기대되었다, ' 돌아오라 소렌토로' 유명한 나폴리민요 때문만은 아니다. 큰 기대를 안고 간 소렌토에서 나는 약간 실망했다.넋을 놓고 바라보기엔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소렌토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로 이미 마음 뺏겨 상상의 나래가 현실을 압도했던 거 같다.이곳에 오기만해도 시간도 , 바람도, 햇살도 ,다 내것일 것만 같았던 오기전 기분을 크게 앞서지는 못했다.그러나 그마을에 내리는 사연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어가 보기로 했다

 

 

 

단지 카프리를 섬을 가기 위해 소렌토를 경유중이었으므로 소렌토시내관광은 못했다. 소렌토역에 내려 각종 과일 등등 물건을 파는 시장거리를 지나 배를 타기 위해 소렌토항으로 가는 동선이 전부인 셈 . 앞장서 걷는 가이드따라 걷기에 바빴다.지나는 길 각종식품을 파는 시장에서는 모두 오렌지를 샀다. 동생도 한보따리 샀다.얼마쯤 걸어갔을까, 시원한 바다가 내려다뵈는 언덕마을이 나타났다.언뜻  우리나라 남해 다랭이마을이 연상되었다.

 

 오딧세이 주인공 율리시즈의 전설이 전해지는 소렌토, 그 바다를 드디어 바라보게된 감회란.

 

항구로 가는 길에는 바다 끝 절벽에 층층히 세워진 집들을 먼 시선으로 바라보며 지나갔다.외부 침입을 피해 절벽에 집을 지었다는 슬픈 역사를 지닌 마을.스쳐지나는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바쁜 절벽의 마을은 배를 타는 선장들로부터 예쁜 마을의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배를 타고 소렌토항으로 들어올 때 바라보는 풍경이 더 아름답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했다.이태리 유명 성악가 엔리코 카루소가 숨을 거두기전 기거했다는 비토리아호텔은 유난히 내시선을 잡아챘다.호텔 그쯤에 서서 소렌토 바다를 바라보았다면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엔리코 카루소는 나폴리에서 태어나 온갖 멸시와 차별을 견뎌내고 오페라가수로 데뷔한다.나폴리인근 시골극장 공연을 시작으로 로마 , 베네치아,밀라노등에 입성하여 단숨에 최고 테너가 된다.인류역사상 최초로 녹음음반 100만장이 팔렸고 ,'헤밍웨이소설 무기여 잘있거리'에도 등장한다.잘나가던 그때 나이 40세 늑막염에 걸려 나폴리로 돌아와 대수술을 받게된다.요양차 선택한 장소가 이곳 소렌토 비토리아호텔이다.아름다운 바다, 빛난 햇살도 그의 병을 고치진 못했으니 그이 나이 48세 운명한다. 60년이 흐른 어느날 카루소가 숨진 비토리아호텔에 이탈리아 최고 싱어송라이터인 루치오 달라가 찾아오게 된다.카루소가 살아 생전 보았던 바다를 보며 달라는 하룻밤에 카루소를 쓰게된다.카루소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즐겨 부른 유명한 명곡이다.파파로티도 비토리아호텔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소렌토 푸른빛 바다를 바라보며 카루소를 블렀으리라.카루소는 운전하면서 차에서 자주 듣는 나의 애창곡이기도 하다.그 노래들 무대가 되는 곳을 걷는다는 설렘은 크고 기뻤다.

 

 

여헹일정에 소렌토관광이 약해 카프리섬을 포기하고 소렌토에 남아 더 구경하고 싶었다.그런데 이미 선택관광료를 지불했고, 동생입장도 있어 내 희망사항은 인어가 노래부르며 율리시즈를 유혹했다는 바다  저 멀리로 날려보냈다.어쨌든 그 바다를 향해 걸어가고 있음이었다....형이 작사하고 동생이 작곡하고, 쿠르티스형제의 그 유명한 노래' 돌아오라 소렌토로 '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길인 것이다. 소렌토다운 바다를 바라봄만도 꿈결 같긴 했다.

사진 찍느라 분주한 언니 배려하며 오렌지가 든 봉투를 내내 들고다니던 동생이 비토리아호텔쪽을 바라보며 포즈를 취해준다.바다 저 말리 보이는 섬은 폼페이 베수비오화산 인 셈.

소렌토항

 

 

 

# 카프리섬, 지상낙원이라고?

 

카프리섬 http://blog.daum.net/akdmarlf/15862776

 

 

 

돌아오라 소렌토로 무대의 바다를 지나 카프리섬으로 향했다. 기꺼이 환하게 열어줄 가슴은 준비완료상태였다. 유창한 해설의 가이드표현대로라면 이곳은 지상낙원이어야 했다.오로지  누군가의 주관적 견해이거나  소문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배가 항구에 닻을 내리기도 전에 모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눈 앞에 펼쳐진 섬의 신비로움이 먀냥 좋은 듯했다 . 내겐 가보지 않은 곳을 체험해보는 설렘과 긴장감 정도 였으나 여흥의 정취에 실려보기로 했다.하긴 거리적으로 먼 나라에 온 것만으로도 이미 특별한 섬으로 기억되는 것일테니까.

 

 

시오노나나미 저서 로마인이야기7권 왕명높은 황제들 첫번째 이야기에 티베루우스황제가 등장한디.바로 그 티베루우스황제가 이곳 카프리섬에 지내면서 로마를 통치했다고 한다. 또 영국 다이애나 황태자비는  이곳이 신혼여행지 였다고. 자랑스러이 가이드는 힘주어 설명 했다. 항구에 내려 곧 바로 산정상으로 오르는 케이블카인 후니쿨라를 타려고 섬 중간쯤 마을로 가는 버스를 탔다.오가는 길 비좁아 버스는  곡예하듯 다녔다.카프리섬 자랑인 카프리 워치라 쓰인 광고로 도배된 차량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우리나라엔 잘 알려지지 않는 카프리 워치는 세계적으로 마니아층이 있으며 , 카프리 워치를  커플이 함께 차면 헤어지지 않는다는 설이 있다한다

 

 

 

 

 

카프리섬만의 무언가 특별한 색채를 띄는 마을을 바라보며 후니쿨라(케이블카)를 타고 산정상에 내렸다.순간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니까 아~ 이래서 입에 침이 마르게 자랑을 했구나 싶었다.지중해 에머랄드빛 파란바다가 확 안겨왔다.언젠가 여수 항일함에서 바라보던 그 느낌의 바다와 닮아 있었다.내가 찍은 사진은 시야를 시원하게 하던 그바다를 표현해 내지 못했다.동생과 나는 한없이 넓고깊어보이는 바다배경삼아 연신 인증샷을 찍어댔다.겨울철이라 일행외엔 한가했다.자유여행이라면 섬한바퀴 돌면 금상첨화겠다며 우린 쳐다보며 아쉬워했다.모두모두 사진찍기에 바빠보였다.

 

 

산에서 내려오니 약간의 자유시간을 허락했다.우선 카프리섬 커피는 어떤 맛일지 해변가 레스토랑식 까페에 들어갔다.역시나 이곳에서도 부부팀과 커피타임을 가졌다.부부팀 남편은 어느 곳에서나 ,무엇이든지 , 아내에게 헌신하기를 아끼지 않았다. 혹시라도, 부부팀 아내가 이글을 보게된다면  좋겠다.영국공항에서도 그렇고 등등 .. 배려에 고마음을 전하고 싶다.

동생과 나는 해변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로드샵을 구경하기로 했다.바다외에 또 다른 섬의 분위기를 살펴보는 재미를 가져보았다.나폴리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한 항구라 구경하는 동선에 한계가 있었다.눈으로 휘익 둘러보아도 될 성 싶었다.이쪽 절반이 그쪽 절반이 되어 구경거리가 짦았다. 시각적거리는 짧았으나 아주 먼길을 걷고 있는 느낌이 들었던 건 왜일까.

 

 

 

 

# 나폴리, 아름다운 나폴리전설은 어디에?

 

 

 

 

로마 ,밀라노에 이어 이탈리아 3대 도시에 속하는 나폴리,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세계 3대미항이라는 나폴리항엔 해가 사라질무렵 도착했다.  내셔널그래픽선정 셰계 가보고 싶은 곳 50 곳중 한 곳 .한국 통영을 나폴리라 애칭하며 너무나도 아름답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 나폴리 ,그런데 산타루치아 아름다운 항구를 기대했다가 금새 실망했다.이곳은 오로지 숙소로 가기 위한 경유지에 불과했다.배에서 내려 항구주변 어딘가에서 부랴부랴 버스 타고 지나오면서 창 밖 바라보며 구경한 게 전부인 내겐 적어도 그렇게 느껴졌다. 나폴리 진면목을 알려면 자유여행이거나 이태리일주면 가능할 듯. 그저 스쳐지나온 곳. 배에서 내려 카스텔누오보성이 바라보이는 곳 어디쯤에서 인증샷 잔치 벌린 게 나폴리여행의 전부.

 

 

 

항구주변 버스가 달리는 창 밖  아파트는 허름했다.발코니마다 빨래가 널려 있었다.치안상태가 안좋아 특별히 여행객은 조심해야한다는 가이드 설명은 귓가를 스칠뿐 지금  우리에겐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어둑어둑해서인지 눈에 보이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칙칙했다. 이태리 북부가 남부를 먹여살린다는 게 사실인 양 비쳐졌다. 참 나폴리에는 중국공장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한다.중국스러운 상호가 보이는 거리를 지나는데 무언가 비릿한 바람만이 창가를 스쳤다..아름다운 나폴리 전설은 어디에?

 

하지만 내가 실제로 목격한 풍경이 평생 잊을수 없는 추억으로 남기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꼭 와보고 싶었던 나폴리를 눈깜짝할 사이에 스쳐지나니까 못내 아쉬웠지만 또다른 내일의 길 위에 설 것이라고 , 그때 은은하게 내리는 어둠 속으로 한무리 세떼가 푸드득 날았다.

 

 

 

이태리남부 20170215

 

 

 

 

 

 

 

 

 

 

 

 

 

< Luciano Pavarot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