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흔적
산수유꽃 필 때면
해린-
2020. 4. 1. 17:45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그러나 이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빛은 이 그림자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들끓는다.산수유는 존재로서의 중량감이 전혀 없다.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 있다.산수유가 언제 지는 것인지는 눈치채기가 어렵다.그 그림자 같은 꽃은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 김훈의 자전거 여행에서 발췌
# 사진이야기 / 구례산동마을 산수유
봄이 되면 몇 해 연달아 섬진강주변으로 이른 봄나들이 했었다. 어쩌면 꽃 핑계삼아 푸르른 섬진강물 찾아 나섬이 우선이었고, 홍쌍리 매화밭은 덤으로 얹혀지곤 했다. 날리는 꽃잎과 함께 강물 출렁거리면 꽃비에 젖은 마음도 덩달아 출렁이곤 했을 것이다.꽃들과 감응하는 그 강물에 누구든 매료 될 것이었다.섬진강변 매화꽃 향기 날리면 그곳 가까운 구례산수유마을에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노란빛 자잘자잘 가슴 울리는 산수유꽃 피어난다.이왕 간김에 그곳도 들리는데, 피어나는 시기 잘 맞으면 김훈님 글처럼 빛과 그늘이 만들어내는 노란빛 잔치 원없이 구경함은 물론이다.이곳 봄 떠올릴 때면 꽃 찍는 나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가족 그림자도 어른거린다.
https://youtu.be/wJ0NNnWednA /
슈베르트 아베마리아 / 안드레아보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