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흔적

닫힘 그리고 열림.

해린- 2005. 7. 24. 14:42
 
 
 
 

 
 
 
디카가 내 손에 들어오고서 처음으로 나간 곳이 백운호수다.
백운호수는 인덕원에서 청계산 가는 길따라 가다보면  라이브 카페촌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청계산 자락에  자리 하고 있다. 겨울이면 저수지의 물이 얼어서 썰매장이 된다. 여름엔 보트족들의 놀이터이기도하다. 제 철 만난  보트족들이 신바람나는 여름을 즐기고 있을게다.
 
출사라고 하던가? 첫 술사인 셈이다, 내 나름대로는.
 
간단하게 요약된 디카 설명서 한 장 달랑 들고서 발길 닿는 대로 가서 봄을 담아보자..라며 간 곳이다. 백운호수는 자주  갔었기에 낯설지 않고  어느 길목을 들어서도 거의는 알고 있다.
봄산은 연두색으로 가득했고 ,  저수지의 물결은  봄햇살 속에서 출렁거렸다.어느 분의 블로그에 올려져 있어   인상 깊었던 저수지의 뚝방 길도 보이고, 그 길을 걷고있는 사람들도 보인다.
 
디카 없이 갔을땐 그저 자연의 소리에만 시선이 멈추었고, 거닐다 피곤해지면 라이브 음악과 차 한 잔의 운치를 즐기며 조용히 머물다 왔는데 이건 달랐다. 봄산도 , 저 뚝방길도 , 연두빛 머금고   햇살 흐르는 저수지도  담아보고 싶은데.. .. 그저 마음만 바쁘다. 소위 첫 출사의 흥분과 설레임인 셈이다. 차를 주차 할만한 적당한 곳을 찾아 주차하고  어찌  찍을까하니 답답하기만하다.
 


 

호수를 찍어봐도 시원치 않고 연두색 산을 담아봐도 시원치 않다. 기계치 중의 기계치임이
유감없이 입증 되고있다. 길따라 나선 동행인도 피곤해한다. 진땀이 흐르고 마음만 바쁘다.
이거 저거 찍어 보아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휴일이여서 사람들 틈 사이에서 정신이 없다.
이왕 왔으니 맛난거 먹고 분위기 좋은 찻집에서 차 한 잔 마시고 가자한다.
 
분위기 있는 카페를 찾아 가는데  좁은 골목 길 옆에 봄꽃 가득인 집이 시선을 끈다.
셔터를 눌렀다. 대문을 걸어 잠그지 않았기에 살짜기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인위적으로  가꾸긴 했지만 그곳엔 봄이 피어나고 있었다.  금강초롱..등등..이름 모를 꽃들이 가득했다. 잘 다듬어진 초록의 잔디도 눈길을 끈다. 그 향기는 봄 하늘 아래서 연두색 산과 어우러지면서       요한스트라우스의 봄의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열려 있기에 아름다운 정원을 볼 수 있었으나 집안 정원의 모습은 디카에 담지 않았다. 주인의 허락 없이 찍는다는게 실례가 될 것 같아서 몇 번 망설이다   최대한의 예의를 지키며 담은 이미지이다.
 
내 디카의 첫 출사는 멋진 풍광은 담아오지 못했지만 열림과 닫힘의 차이를 느끼게 해주었으니 헛된 출사는 아니다.두번의 출사 외엔 출사다운 출사를 나가 본 적이 없고 그저 오다가다 시선 머무는 대로 담아  본 이미지들이다.
 
봄은 여름속으로 묻혀 버리고 더위가 최고치인 이 시점에   출사 첫 사진이기에 올려 본다.
문이 열려 있고 정원이 아름다웠던 그 집 주인은  아마도 열린 마음으로 사는 분이 실 것 같다
 
 
 

 
 

 
 
**사진,글/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