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흔적

딸과 함께한 여행길 4 - 선암사에서.

해린- 2006. 5. 2. 11:48

 

목요일 정오가 되려는 시간에 출발하여  순천에 오후 늦게 도착해  

순천만을 거쳐 여수 돌산대교 근처에 사는 후배집에서 묵고

새벽 다섯시에 향일암에 들려 돌산대교 아래로 바닷물 가르며 들어서던 여객선을 바라보며

아침을 먹고 오동도 동백꽃 만나러 갔지만 동백꽃은 지고없어

거니는 시선마다 머무는 바다를 싫컷 보았습니다.

번개처럼 다녀간다며 아쉬워하는 후배와 헤어져 낙안읍성에 도착하니

한시 조금 안되는 시간이였습니다.

딸도 저도 지쳐서 성문에 들어섰습니다.

이색적인 풍광에 피곤함을 잊고서 봄꽃과 어우러져 거닐다가 선암사로 향하는 길은

봄햇살이 다소 불투명하게 얼비치는 오후 2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생일이라는 핑계로 선암사를 마지막 코스로 정하고 숭주인터체인지에 들어서니

하이웨이 멀리 끝자락으로 너머지려는 햇살이 포근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우린 스파르타식 여행법을 즐겼다며 웃었습니다.

꿈을 꾸듯 빠르게 스쳐 지나온 여행길이지만 

저마다 진통으로  움터내는  생명의 빛깔을 통해

딸이 새로히 시작하는 길에 다소나마 힘이되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입니다.

 

 

 

딸과 함께한 여행길,마지막 코스인 선암사로 가는 길은 낙안읍에서 갈재 비슷한 산길따라 갔습니다.

싱그러운 햇살이 연초록 숲 사이를 비치면 연분홍 산벚꽃이 수줍게 얼굴 내밀었습니다.

우리가 달리면 봄산도 달리고, 우리가 멈추면  꽃바람 댕댕달고 봄산도 멈추어 주던 고갯길에 서면 마음 가까이에 머무는 파란 하늘을 물리도록 안아 보았습니다.

 

 

 

향일함에 곱다랗게 달려있어 신비롭게 보았던  연등을  선암사에서도 봅니다.

딸도 저도 연등을 달아 본적이 없기에 연등에 대한 의미는 모르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등을 맞이했습니다.어느해인가 사월 초파일에 서울에 있는 도선사를 간적이 있는데 그때 맞이했던 연등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섬은 아마도 세월이 녹아든 마음 탓이지 싶습니다.

연등마다에 담긴 사연이 매듭없이  둥글게 이뤄지기를 바래 봅니다.

 

 

 

 

대웅전을 지나 옆길로 들어서니 하얀 겹벚꽃이 아름드리 서 있습니다. 선암사 매화가 유명하다는데 때지나 왔기에  꽃 만나는 기대는 별로 하지 않아  욕심없이 구경하는데 하얀 겹벚꽃을 만나니 디카에 담느라 바쁩니다. 꽃보며 허둥대는 모습을 지켜보던 스님이 다가오시더니  하얗게 피는 겹벚꽃은 선암사의 자랑이다고 일러 주십니다.아름답지요' 하시는데 딸도 저도 웃기만 했습니다.

 

 

 

사찰로 들어서는 입구에 걸린 온누리에 자비를 전하는 프랑카드를 보았는데

그래서인지 맞이하는 꽃들 표정이 온유하고 겸손합니다.

어둔 마음 풀어 허공으로 날려 보내고 이 순간이라도 꽃마음이 되여

온유한 빛깔로 물들여 봅니다.

다리도 아프고 지칠텐데 불평없이 엄마따라 꽃보는 딸아이 얼굴에 화사하게 꽃물이 듭니다.

 

 

 

 

 

꽃문을 나서면 또 이어지는 문마다 봄꽃들이 아름드리 피어 있습니다.

생명의 윤기로 가득하던 돌고 돌아오던 산길과는 달리 정화된 화사함에 애틋한 봄꽃들이 경내 사이 사이로 길손의 마음을 붙듭니다.

어딜가도 다정한 포즈는 단연코 연인들 차지입니다.

꽃에게 뒤질세라 그들의 모습 또한 다정합니다.

서로에게 향하는 마음이 남들의 시선을 덮고도 남습니다.

살짜기 딸아이 표정을 훔쳐보니 사랑스럽게 바라봅니다.

 

 

 

 

 

엄마는 꽃에 관심이 많고 딸아이는 선암사 건축과 문화재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찌 알았는지 선암사에 대해 몇가지를 얘기합니다.

선암사의 해우소, 호암대사의 승선교 ,입구에서 보았던 석비들 ...

디카를 차에 두고와  아쉬워해 딸대신 담았습니다.

건축과 그에 관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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