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 가는 곳

바람의 말/마종기

해린- 2006. 5. 30. 16:34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 바람의 말/마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