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보며
참으로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을 맞이 했었다.
여름임을 알리는 초복이던 날 늦은 밤에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여긴 병원 응급실이며 댁의 남편이 쓰러져 의식불명이니 빨리 병원으로 오세요.'
아무런 생각도 나지않고 그저 빨리가서 그럴 수만 있다면 큰 병원으로 옮기는게 급선무라 여기고
딸들과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딸도 나도 운전을 할 수가 없었다.
알던 길도 모를것 같고 이미 마음도 몸도 떨리고 있었다.
장마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그다지 멀지도 않건만 멀게만 느껴지는데 핸폰이 울린다.
'지금 어디쯤 오고 있어요. 빨리 오셔야 되겠어요'
'그렇게 위독합니까'
'네 , 좀 그렇습니다'
조용히 듣고만 있던 택시기사분이 신호를 무시하며 빠른 길을 선택해 달림에도 멀게만 느껴지고
생사의 갈림길에 있다는 사람을 위하여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
몇해전 남편을 잃고 내 기준으로는 어림없는 대단한 침착함으로 세상을 떠나는 남편 위해
애쓰며 훌륭하게 대처하던 한 친구가 잠시 스친다.
그 당시 난 그 친구로부터 감명을 받았고 그 이후에도 그 친구만 보면 그때의 모습이 떠오르곤 했다.
또 다시 핸폰이 울린다.
'어디쯤 오고 계세요..빨리 오세요' 간호원의 다급한 목소리와는 사뭇 대조적인 내 마음은
소리마저 기운을 잃고 '지금 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위독합니까 ' 라고만 되플이 했다.
뒤에 앉은 딸들 훌쩍이는 톤이 높다.
'작은 아버지한테 연락드려라, 아빠 위독하시다고 '
그 순간 내가 할 일은 그 밖에 없는 듯 했다.
거의 도착할 무렵 핸폰이 요란스레 울린다.
받을 수가 없다.
집에서 병원가는 시간이 불과 30여분인데 그동안 병원에서 두번이나 전화를 했고 다시 울리는 전화
그건 마지막이다고 생각을 했다.
큰딸이 가져가 받는다.
' 아빠 " .. .아빠라니 ..아빠 괜찮으니 염려말라고 했단다.
'병원 저기에요..이길로 걸어가세요.바로 응급실입니다. 빨리 가보세요 '
우리보다 기쁜 듯 밝은 소리로 안내하는 기사분은 돈받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살았구나 ,
황급히 달려가는 딸들을 앞세우고 천천히 응급실로 향했다.
살아있음의 징표이던 목소리는 숨겨두고 여전히 꼼쩍않고 누워있다.
하얗게 질린 남편친구가 옆에 서서 무어라 딸들에게 설명을 한다.
주치의를 만났다.
이런 황당할 수가 없다. 벌침을 맞은 쇼크라 한다. 의학적으로 무어라 설명을 한다.
알아 들을 수도 없다. 일단은 위기를 넘겼으니 지켜보자 했다.
그로부터 한시간뒤 서서히 회복이 시작되어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부리나케 달려온 시동생도 어이없다고 했다.
벌침 ? 벌로 침을 놓아 아픈 부분을 낳게 하는 한방 침술요법이다.
간혹 침을 맞긴했지만 벌침을 맞아 본 적이 없는 나는 황당하다.
머리와 손에 맞았다는데 거인처럼 부은 얼굴은 며칠이 지나서야 가라앉았다.
병원과의 거리 , 길어봤자 차로 40분 거리를 달려가며 생사의 갈림길을 맞이해 보았던
긴박한 순간들, 그렇게 생과 사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도 알았다.
지금은 온전히 회복되어 예전처럼 정상이다.
주방 창문으로 보는 하늘, 깊게 울던 슬픔 감추고 구름이 쇼를 부린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 머무는 곳 어디메인지 , 흩어졌다 모이고 모였다간 흩어진다.
뜬구름 같은 인생일지라도 살아있음에 감사한 여름맞이다.
황당한 여름맞이에 우리 가족은 더워도 투정부리지 않는다.
언제까지 고운모습 유지할지 모르지만 감사하게 지내는 모습들 역력하다.
저 하늘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