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지해수욕장의 아침(새벽)바다 풍경.
하루정도 시간을 낼 수 있다는 두째 일정에 따라
참으로 오랫만에 두딸과 함께한 여름휴가 여행인 셈이다.
젊은이들이 좋아한다는 청산도까진 아니더라도
아름드리 해송 우거진 해변길을 거닐게 하고 싶었다.
광복절 연휴와 맛물린 서해안 고속도로는 군데군데 정체가 심해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아름답다는 갯바위 사이로 너머지는 해넘이는 볼 수가 없다.
멋진 노을 담고자 온 여행은 아니지만 내심 섭섭하다.
**8월12일 오후 19시 40분**
저 멀리 할매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너머지는 멋진 노을은 담지 못했다.
수정처럼 맑은 물 대신 길 초입까지 가득한 바닷물이
낮동안 내내 피서객 시름을 달래주고는
아무 것도 부럽지 않는 고요함과 평온함으로 어둠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저녁식사 하러 가는 길에 살짜기 담아보았다.
** 8월13일 05시 09분**
** 8월13일 05시27분**
여명이 밝아오는 해변가의 모습을 담아보고자
새벽 3시 50분에 일어나 준비하고 해변가로 갔다.
모처럼 삼각대 들고 나왔는데 어제밤 보았던 어둠이 그대로이다.
밤새 썰물이던 바다는 다시 밀물의 바다로 돌아와 있고
저 건너 방파제 불빛이 등대가 되어 준다.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 새벽편지 /곽재구 --
** 8월 13일 5시26분 **
** 8월13일 05 시 27분**
그곳에 가면 무엇이 있을까?
꽃지해수욕장에 가면 전설을 지닌 할머니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지는 해넘이가 있다.
이른 새벽 서서히 어둠을 가르며 그모습 드러낸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 반짝이던 물빛을 밤새 달빛에 식혀
하늘빛 가슴 가득안고 다시 여는 동틀 무렵의 바다.
실제의 모습은 더 어둡지만 조금 밝게 후보정했다.
** 8월 13일 05시 35분 **
**8월 13일 05시 43분**
갯바위가 보이는 곳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동이 트길 기다리는데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해변가를 거니는 피서객이 늘어난다.
어린 아들에게 동틀 무렵의 바다를 선물하려는지 갯바위를 바라보며
연신 무어라 손짓하며 설명하고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모르는 어린 아들은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더니 갯바위가 서서히 드러내자 환호성을 지른다.
새벽을 달리는 부지런한 연인의 모습이 밝고 힘차 보인다.
5월에 왔을때 없던 바다새 닮은 풍략계도 덩달아 신이나 있다.
** 8월13일 05시 54분**
파도 없는 잔잔한 물살을 가르며 해변의 항구로 들어오는
저 한 척의 배는 어디 다녀오는 걸까.
숙소에서 알려준 해뜨는 시각을 훨씬 지났음에도 휘뿌연 바다안개와
햇살이 보일 기미가 없다.
해지는 서해라도 해는 뜰텐데 청청한 아침바다를 만나기는 들린 거 같다.
무거운 삼각대 들고나와 종종 함께 해 주었는데 조금 민망하다.
** 8월 13일 06시 30분**
숙소에서 나와 두시간여만에 환하게 갯바위가 모습을 드러내고
상쾌한 갈매기 울음소리도 들린다.
자연 속의 자연의 소리와 그리고 인간이 함께한 새벽바다,
푸른빛 물결이 아니어도 좋으리
하얀 물보라를 볼 수 없어도 좋으리
늘 그렇듯 ,
금새 마음을 비운다.
곧 . 아침의 붉은 태양이 떠오르겠지........ 어디선가 진한 솔향기 풍겨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