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흔적

가을이 깊어가는 관악산 연주대.

해린- 2006. 10. 13. 16:00
여행지
관악산 연주대 산행
여행기간
2006 .10. 7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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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 스토리

실로 오랫만에 관악산 등반길에  나섰다.

지리산 벽소령 빨간우체통을 포기하고 내려오면서 서울에 올라가면 관악산 연주대를

오르리라 마음먹고 추석 다음날 몸보다 빠른 마음은

명절휴우증에 다소 지친 몸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가까이 있는 좋은 산을 두고 늘 먼 곳 산에 대한 동경으로 한동안 정상까지는 오르지 않았다.

연주대를 오를 수 있는 코스는 다양하다.

서울대정문에서 오르기로 하고 쉬엄쉬엄 오르자며 길따라 걷는데

연휴답게 많은 산행 인파는 수학여행 학생들 행렬처럼

발걸음도 나란히  질서있게 오르니 산을 유별나게 좋아하지 않는 나임에도

리듬에 맞추어 답보하는 발걸음은 절로  탄력이 붙는다.

 

 

  연주봉에 위치한 기상레이더.

 

 

햇살 반짝이는 숲에선 이름모를 갈나무들이 가을을 빚어내느라 한창이다.

가을냄새 짙게 머금은 잎사이로  가끔 나타나는 억새는

슬픈 표정으로 하얀손수건 흔들 듯 바람결에 나부낀다.

나무는 나무대로 계곡을 이루는 바위는 바위대로 크고 작은 것들이

전혀 다른 이유를 달고 서로 함께하며 어우러져 내는 

표정과 소리는 자연만이 그릴 수 있는 명작임을 본다.

 

  연주봉 정상에 있는 절벽위의 절 연주대.

경기기념물 제20호인 연주대 

 

등산객이 워낙 많아 오르기도 힘이 들지만 모처럼 가파른 산행을 하려니 숨이 차다.

힘들면 돌아서 내려가자는데 그럴 순 없다.

노고단도 다녀오고 명절 휴우증에 힘드니 다음에 가자며 말렸음에도 강행한 터라

포기 할 수도 없다.
처음에 오를때 이리저리 바쁘게 눈길 바꾸며 걷던 걸음과는 다르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다리는 아프고 그냥 주저앉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있는 힘 다해 계단을 올라 연주대 가까이 가니 컵라면을 판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맛있는 김치와 곁들인 컵라면은 삼천원이지만 값이 문제랴.

 

 연주봉의 신기한 바위 연주봉에서 바라본 가파른 바위.

 

 

 연주봉 정상 능선은 가파른 바위로써 오르는 길이 좁고 위험하며

일방통행이라 서로 양보하며 오가야 한다.

연주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여러 곳에서 오를 수 있지만

일단 연주대가 있는 곳에선 합류한다.

몸이 지친 상태의 힘든 산행이라 정상까지 오르니 다른때보다 소요된 두시간 반 정도다.

 

 

  연주봉에서 바라본 서울, 과천.

 

산 꼭대기에 올라서서 사방을 바라보니 가슴이 탁 트인다.

서울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정부종합청사가 있어 자부심 느끼는 과천시민의 동네도 보이고

대한민국의 최고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서울대학교도 보이고

언제나 바라보아도 정겨운 동네의 아파트도 보이고

대한민국의 젖줄임은 물론이거니와

서울시민의 자랑인 한강이 빌딩 사이로 유유히 흐르고 있다.

 

 연주암 대웅전.

연주암의 연등.

  수능을 위한 기원등.

 

 

하산길은  연주암에서 능선을 타고 사당역으로 가는 길을 택한단다.

그저 따라 올라왔으니 내려감도 맡길 수 밖에 없다.

연주암에 들어서니

부모님들의 마음이 담긴 수능을 위한 기원의 등이 뻬곡히 걸어둔 등이 눈길을 끈다.

등하나에 거는 기대가 무에 그리 크겠는가마는 자식이 잘되게 바라는 그 정성이 존경스럽다.

공부하는 아이가 있음에 나또한 마음으로 정성스레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

하산길 능선은 생각보다 오르내린다.

무릎관절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능선길을 택했다는데 예전에 다니던 코스보다

시간은 더 소요되는 듯 하다.

이제 서서히 색색의 옷을 갈아 입는 잎새들이 능선길 사이사이에서 곱다랗게 웃는다.

열매를 닥지닥지 붙이고 서있는 이름모를 나무는 이내 사라질 저물녘 햇살 속에서 묵묵하고

그림자 짙게 드리운 길따라 오르락내리락 인생길 같은 길을 느린 템포로 내려오니

해는 서산으로 숨었고 또다시 꿈을 꾸는 도시의 불빛이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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