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흔적
고삼저수지에서
해린-
2006. 10. 20. 11:16
가을가뭄이 심각하다고 한다.
며칠째 실종된 가을햇살은 안개에 갇혀 그 빛을 잃고 비실거린다.
핑계삼아 한동안 카메라를 모셔두고 있는데
어제 불현듯 오산에서 친구와 만나 안성 고삼저수지를 가게 되였다.
달리 부를 이름없으니 안개라고 불러주는데 뿌연 햇살이 이도저도 아니다.
영화 촬영지라<김기덕 감독의 섬>며 내게 보여주고파
애써 안내하는 친구의 수고로움에 몇 장 담아보는데 가을은 어디론가 숨어버린 풍경이다.
하늘은 저음으로 물속에 잠겨들고
잎을 떨구고 등굽어 헐벗은 나무는 스산한 바람 속에서
깊이만큼의 세월을 녹여 자신의 것으로 안고 서 있다.
세상의 무어든 영원한 건 없는 법이지만
서로의 존재이면서 같은 존재이길 바램은 우리의 영원한 희망사항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