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바다에 가보았지 '
나 좋아하는 붉은 칠면초가 가을보다 부드럽게 갯벌을 감싸고 겨울 속으로 스며들어와 있다
어느 겨울 바다들인들 쓸쓸하지 않으랴만
쓸쓸함을 넘어서는 그늘 깃들인 겨울 햇살이 슬프다
아득함의 거리 저 수평선 끝에 감도는 고적감도 그렇고
수평적 구도에 대한 이질감은 또 무엇인가
제부도, 발길 닿는 곳에 와서
낭만적인 겨울 바다를 그리기엔 쓸쓸해 보이는 칠면초와 겨울 햇살의 엉성한 융합,
그러나 실로 오랜만에 이곳에 왔다는 기쁨이
찬바람 가득한 갯벌의 바다를 잠시 메울 뻔 하기도 했으니까 된거다.
ㅡ 때로는 설명할 길 없는 마음이 되기도 하고
풍경을 앞서는 마음이 되기도 한다. ㅡ
겨울 바다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싶던 새들도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혼령(魂靈)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2014 1214 제부도
Adolphe C. Adam (1803-1856)
O helga natt (O Holy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