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몽환의 표정을 지어내는 소래생태공원에도 가을은 흐르고 있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
소금내음 배인 습지에선 노스탤지어의 향기와 빛깔이 고스란하다.
갈대 사이로 간들거리는 칠면초의 매무새는 단풍의 화려함을 넘어선다.
가을을 그냥 보내기 버거워 어디론가 띄워 보내는 내 처지와는 달리
바람 드센 벌판에서 제 빛깔로 씩씩하다.
'페허는 페허의 방식으로 위로한다 ' 고 했던가.
이제는 페허가 되어버린 창고를 바라보는 일은 희망을 무심하게 만들지만,
염부들 삶의 공간을 제공했던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아 경이롭기까지 하다.
보이지 않는 그 시절에 대한 예의를 나름 갖추며
페허의 흔적을 한 폭의 사진으로 남겨보지만 시간이 사라진 페허는 적막하다.
흘러간 시간의 얘기들이 바람되어 나부낀다.
생태교육차원에서 공원으로 조성되었을 터이나
생태의 뜻을 품고 사는 것들이 함께 서식하는 곳에 가을 바람이 분다.
바람을 이끌고 나선 갈대숲따라 칠면초 밭이 연달아 이어진다.
마음 없는 마음으로 걷기도 하고, 마음 있는 마음으로 걷는다.
가슴 없는 가슴으로 걷기도 하고.가슴 있는 가슴으로 걷기도 한다.
그렇게 무심히 걷다보니 그것들과 묘하게도 잘 어울리고 있었다.
공원의 풍경 그리고 스스로 풍경이 되어
갈대는 갈대로 ,칠면초는 칠면초로, 페허의 소금창고는 창고로 ,
가을 길을 찾아나선 나는 나로
서로 다른 소리로 연주하며 걷는 길이지만 미묘한 조화로움을 이룬다.
길을 걷는 나그네가 주목하는 일이 비단 풍경에만 있겠는가
풍경에 가득한 가을 핑계삼아 둥둥둥 흐르는 시간을 어루만지는 것일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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