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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흔적

노루귀를 만났습니다

 

 

 

 

봄이 조용조용 오고 있습니다.

마음보다 더디게 온다고 해마다 투정을 부립니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이  조금은 힘들었다고,

겨우내 마른 향기 품고 있던 낙엽송은 꽃들에게 자리를 비워주며 떠날 채비를 합니다.

 

낙엽송 떠나는 자리에 피어난 연보랏빛 노루귀를 수고로움도 없이 꿈꾸듯 만났습니다.

지난 해 복수초 만났던  이곳에서 화들짝 피어난 복수초 담는데,

복수초 너머로 연약해 보이는 이름모를  꽃이 렌즈에 잡힙니다.

순간 얼마나 설레던지요 ,

주변을 살펴보아도 마구마구 피지 않고 가냘픈 매무새로 두 송이만 딱 저리 피어 있습니다.

먼 곳으로 꽃 찾아 떠나려던 속내를 알고 누군가 내게 선물로 보냈나 봅니다.

다칠까  조심조심 담았습니다. 

 

작고 앙증맞은 이 꽃은 대체 무슨 꽃일까?

바람꽃 종류가 아닐까 하고 친구에게 호듭갑 떨며 핸폰으로 전송했습니다.

집에 와 웹과 꽃도감 책을 뒤지니 그 이름 노루귀였습니다.

 

모가지가 길어 먼 데 산을 바라보는 사슴 닮은 노루귀로 

나의 새봄을 맞이합니다.

 

 

 

 

 

 

가는 털이 뒤덮힌 잎이 쫑긋 퍼지는 모양이 노루귀를 닮았다해서

 노루귀라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새초롬한 매무새에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윤후명의 꽃 식물이야기에선

 봄이 되면 서울에서 가장 먼저 피어나는 꽃이라 기록되어 있습니다.

추운 겨울 잘 이겨내고 제일 먼저 피어난 꽃이라 그럴까요,

왠지 ,내 보기엔 그저 청초하고 가냘퍼 보이는데

인내 ,신뢰, 믿음 , 꽃말이 만만치 않습니다.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침묵으로 보내고

 예쁘고 사랑스런 모습으로 피어나 봄볕과 더불어 생명의 노래소리를 들려줍니다.

 

 

 

 

노루귀와 첫 대면한 시간이 오후 3시10분경이었고  노루귀와  안녕 ~ 하며  헤어지던 시간이 4시10분경 ,

첫번째 사진이 노루귀에 햇살 비치던 3시경이고 ,노루귀에 햇살이 비치지 않던 4시경 사진이 마지막 사진인데요,

햇살 사라지니 방긋 웃던 꽃잎을 오므립니다.

사슴처럼 긴 대궁도 약간 휘어지며 등이 굽습니다.

신기합니다.

 

 

20110311 남양성모성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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