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느리게 느리게 걸으면 귓가에 스쳐가는 바람 내음이 보입니다. 느리게 걸으면 웅덩이에 비친 나무 그림자가 보입니다. 느리게 걸으면 척박한 아스팔트 틈 사이로 삐죽 올라온 생명력이 보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느리게 걸으며 아름다운 세상을 느끼고 담습니다. 느리게 걸으면 재래시장 귀퉁이에서 보따리를 풀고 앉은 고단한 할머니의 삶이 보입니다. 느리게 걸으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반쯤 무너져 내리는 폐가의 그리움이 보입니다. 느리게 걸으면 겨울바다 외발자국의 외로움이 보입니다. 그럼에도 나는 느리게 걸으며 아름다운 세상을 느끼고 담습니다. - 김현배 님, '느리게...느리게...' - |
20120312 경안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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