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비탈진 언덕에 그림 같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남해 다랭이마을이다.
숨이 막힐 듯한 무더위가 절정이고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한낮 속에서도
다양한 색채의 지붕을 가진 집들이 참 예쁘게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의 살아가는 애환과는 상관없다는 듯 푸른 바다가 낭만적인 풍경을 펼쳐보이고
푸른 바다 가운데 저 홀로 꿈꾸는 이니스프리 닮은 섬은
은밀한 모습으로 유독 내 시선을 압도해왔다.
보이는 것마다 아름다워 뜨거운 태양빛 아래 서서 눈으로 가슴으로 찍고 또 찍었다.
새벽 보리암에 올라 안개에 갇힌 다도해가 환하게 나타나길 세시간이나 기다리던 피로가 어느정도 진정되었다.
해안가 45도 각도 비탈에 석축을 쌓아 계단식 논을 일구워 놓아 그 명성이 자자한 다랭이논보다
내겐 푸른바다와 마을과 조합이 인상깊었다.
민박들이 자리잡고 있는 마을은 피서철 풍요를 연주하고
낭만적인 바다는 자신의 넓이만큼 여유로운 푸른빛으로 마을을 품고 있는 듯하다.
마을과 바다가 동떨어져 보이지 않는 것은 무심한 듯하면서 무심하지 않게
어떤 믿음과도 같이,서로 함께 충실히 세월의 길을 가고 있음이리라.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지로 지정됨은 어쩌면 바다와 마을이 함께 일궈낸 힘일 것이다.
어머니 할머니 등처럼 굽은 길을/타고 오르는 다랭이 마을/빈지게도 지지 않았는데/목이 쉰 숨소리가 무겁게 옮겨진다.
갈퀴로도 긁지 못할/어머니 눈물 같은 돌들이 밝힌/다랭이 논바닥 모서리/
어느 어머니의 손이/저리도 반질거리며 닮았을까/켜켜이 포개진 돌담사이로/
햇살은 파도처럼 빠져나가/바다로 출렁거린다.ㅡ 중략ㅡㅡ다랭이 마을 /박소향
다가갈수록 마을 속 깊이 배어든 세월의 흔적은 여느 마을과 다름없이
고향 같은 근원적인 향수가 바다내음과 더불어 진하게 느껴진다.
다랭이마을 건물 벽에 쓰여진 시인의 글처럼
그들의 살아가는 흔적이 골목 사이사이에서 정말 시간의 손길로 반질거린다.
이름모를 꽃은 기와 지붕에서 환하게 피어나
바다 저 너머에까지 삶의 이야기를 실어나르는 듯하다.
이채롭게 느껴지던 집들도 희노애락을 겪으며 삶의 이야기를 풀어낼 것이다.
나 이제 일어나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외 엮어 진흙 바른 오막집 짓고/아홉 이랑 콩 심고, 꿀벌통 하나 두고,/
벌들 잉잉대는 숲속에 홀로 살으리./또 거기서 얼마쯤의 평화를 누리리, 평화는 천천히/
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리 우는 곳으로 떨어져내리는 것;/한밤은 희미하게 빛나고, 대낮은 자줏빛으로 타오르며,/
저녁엔 홍방울새 날개 소리 가득한 곳./나 이제 일어나 가리, 밤이나 낮이나/호숫가의 잔물결 소리 듣고 있느니;
한길이나 잿빛 포도(鋪道)에 서 있으면/가슴 깊은 곳에서 그 소리 듣네./ 이니스프리 섬/예이츠
수직의 다랭이논 해안선따라 환상적으로 펼쳐지는 수평의 푸른 바다가 참 매력적이였다.
사실 전날 다랭이 마을에 들렀으나 이미 날이 어두워 어둠 깃드는 섬을 짧게 바라보면서 마을을 빠져나왔었다.
다음날 다시 마을을 찾았을 때는 한낮의 태양이 조금 비켜서긴 했어도 호흡곤란이 느껴질 정도의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내 맘대로 길 위에 선 시간이 아니였기에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뵈는 전망대에 가족을 두고
마을과 섬을 조합시켜 찍어보고자 비탈진 마을길로 들어서는데 땀이 비오듯 했다.
푸른 바다 가운데 떠있어 피서철 마을과는 대조적으로 한가해 보이는 섬 ,
꿈에서라도 가보고 싶은 섬에게 난 이니스프리 섬이라 바로 이름지었다.
저 섬을 통해 꿈꿀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 저 섬을 통해 신생의 꿈을 엿보며,
그리하여 삶의 시간과 시간 사이에 스며들어와 또 하나의 새로운 집을 짓게되기를.....
그곳에서 제일 아름답게 빛나던 나의 섬이기도 했다
한국의 산토리니 로구나 ! 라며
해안선 절벽따라 비탈진 다랭이 마을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며 이름 지었는데,
다녀와 웹에서 검색하니 누군가 이미 그렇게 불러주고 있었다.
모두는 같은 시선으로 풍경을 읽고 있음이 놀랍기도 했다.
여름 내내 주인 뜸한 마음길 발걸음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면서.....
다랭이마을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합니다.
감사합니다.
20120804 남해 다랭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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