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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흔적

한라산에 오르다 ( 영실휴계소에서 윗세오름, 남벽분기점까지) /한라산과의 멋진 만남.

 

 

 

 

아! 한라산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설렘이다. 여기에 이렇게 멋스럽고 황홀한 산이 거대하게 버티고 있음이었다.초록의 생명성이 녹음 짙은 6월의 한라산은 초입부터 발걸음도 힘차게 했다.명산, 한라산에 대한 예의를 갖추려니 메인사진 선별부터 고심이 된다.이사진도 좋고 저사진도 좋다. 내가 찍어온 사진을 이렇게 다 좋아해 보기도 드문 일이다.사박오일 제주도 여정길에 출발전부터 한라산에 꼭 오를 것이라고 벼르긴 했어도 한라산으로 가는 길이  실제가 될줄이야 ~ 꿈만 같았다."제주에서 1년 살아보기 "  저자인 썬님으로부터 사전정보를 친절하게 전달받고 신비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영실휴계소에서 시작해 윗세오름을 지나 남벽분기점이 이번 한라산 탐방코스다.그 높이만큼이나  두둥실 내 마음도 높아져 있었다. 샬롬!

 

 

 

 

 

 

아침햇살보다 눈부신 마음을 데리고 솔바람 길로 접어든 시간이 아침 7곱시 , 카메라에 장착된 망원렌즈를 광곽렌즈로 교환하려니 렌즈가 가방에 없었다.300mm렌즈로 찍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오르려니 , 산행길 내내 미련이 있을거라며  동행한 동생이 렌즈를 찾아오자고 성화다.사실 내가 더 절실했다.영실휴계소 주차장에 주차된 차에 가서 찾아봐도 없어 숙소로 돌아가던 중 길가에 차를 세우고 다시 찾아보니 운전석의자 아래 굴러들어가 있는게 아닌가,이런.어차피 오늘 일정은 한라산에 올인한 터라 그런대로 여유만만이다.다시 솔바람 숲길로 접어든 시간이 아침 8시 ,상쾌한 공기가 숲길에 가득했다.내겐 조금은 추운듯 했다.

 

 

 

 

 

 

 

 

 

 

 

사계절 제각기 다른 모습을 지니겠으나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싱그럽게하는 유월의 한라산은 초록의 생명성으로 충만했다.이곳은 가을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사진을 배제한다면 활기를 북돋워주는 이쯤의 산세를 나는 더 좋아한다 .가을엔 또 얼마나 환상적일지..그때쯤에도 걷게되기를 바라면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길따라 어느정도 걸어오르니 이곳의 볼거리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듯 영실기암과 병풍바위가 초록잎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 오르는 길 누군가는 바람도 적당히 불어서 산행하기엔 그만인 날씨라 헸다.여러번 이곳에 오른다는 그분은  올 적마다 한라산의 날씨는 늘 변화무쌍하다 했다.

 

 

 

 

 

 

 

 

 

병풍바위는 그곳에 존재함으로 빛을 발하고 , 햇살에 맘껏 반짝이는 초록잎새가 눈부시게 아름답다.내 생애 처음으로 오르는 한라산과의 멋진 만남을 위해 하늘은 동화 같은 햇살을 예비해 주셨다.감사드리며 ..듣던 대로 입구에서 부터 묘한 기분을 자아내게 하더니 화창한 날씨에 더욱 업그레이되어 동생도 기분 좋은 표정이다.이 순간 나로하여금 행복을 물들이는 햇살과 초록잎새에 포인트를  주고자 노력했다.

 

 

 

 

 

 

 

 

 

 

 

여행 사일째 적당히 힘들어 있는 심신을 한방에 날리는  상쾌함을 어찌 그저 받을 수 있을까, 햇살에 기분 좋아진 이  상태 그대로 유지되는 마음의 속도로 산행을 마치기를 바라면서 , 우선은 사랑하는 나의 딸들과 노모께 살아가는 동안 저 햇살이 늘 비치기를 간절히 바랬다.오늘 마음의 손을 꼭 잡고 산행길에 동행한 동생에게도 , 늘 마음은 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한 형제들에게도, 나와 늘 일상을 나누는 친구들에게도, 병중에 고통 받는 분들에게도,  모든 이들에게 오늘 이 찬란한 햇살이 늘 비치기를 소망했다. 언제나.

 

 

 

 

 

 

 

 

 

 

 

 

 

 

 

 

병풍바위가 살짜기 보이는 시점에서부터는 다소 경사진 나무 계단 길로 걷게 된다. 줄창 사진을 찍는 언니 때문에 앞서 걸으면서도 자주 뒤를 돌아보는 동생은 저만치 앞서 올라가 나를 살피고 있다.어딜가나 카메라 때문에 민폐다.그래도 어쩔 수 없다.그러함으로 동행인이 편하지 않으면 여정길을 꺼리게 되고 ,사전양해를 구한다.하여간 , 미안한건 미안한거고 계단 길로  올라서니 내가 무지 좋아하는 오름들이  저 멀리로 아슴하게 펼쳐졌다.어디 쯤인지 가늠은 못하겠지만 아마도 서귀포 쪽이 아닐까 싶다.내가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동생은 언니 좋아하는 오름들 보인다며 나보다 더 신나했다. 이번 여행길에도 여행 이튿날 안개 자욱해 한치 앞도 안보이던 용눈이오름을 걸었으니 그럴만도 했다.아~ 정말 좋다. 지금 여기.

 

 

 

 

 

 

 

 

 

 

 

계단길 오르는 사이사이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귀한  추억을 남기느라  행복한 표정들이었다. 어느 이민가족은 여행 차 이곳에 들렀다며  오르는 내내 감탄했다.아버지는 줄곧 딸에게 무언가 설명을 하였고, 딸의 언니 같은 엄마는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귀한 추억으로 오랜동안 기억 될 것이라 했다. 그들도 초록애찬론자인지  오르는 내내 햇살과 초록숲이 좋다고 했다.삶의 에너지가 넘실거려 친근감을 느끼게 했다.

 

한라산에 오르는 길 중  이곳으로 오르는 길이 가장 완만한 코스라고는 했어도 내겐 쉽지 않은 산행길이다.그 어떤 산행길이든 세시간이상 소요되는 산행은 이미 내겐 벅찬 셈인 것인데 일단 가면 있는 힘을 다해 걷게된다. 그곳에 갔으니 걸어야 하고 중간에 포기하는 게 일단은 싫은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걷고 싶음이 솔직한 고백이다.망원렌즈 포함  먹을거리 등등 무게나가는 것들은 지 가방에 짊어졌으면서도 사진 찍으면서 오르는 언니 걱정이 더 큰듯 자주 뒤를 돌아보더니 언니가 기다리던 철쭉밭 보인다며 어서 오란다. 그러니까 고사목 군락지도 지나고  노루샘근처 저기 보이는 봉우리가 윗세오름인 것이네 . 쌩큐!

 

 

 

 

 

 

 

찍어온 파일을 보니 이 사진이 내가 첫 대면한 백록담 모습이다. 온 가슴을 열어 맞이했다.어쩌면 산쩔쭉보다 저 거대한 백록담을 보러 왔는지도 모른다.비록 백록담정상엔 오르지 못하지만 그 앞에 선 것만으로도 기쁨 충만이다.봉우리가 어찌나 이쁘고 아름답던지, 때마침 산철쭉도 피어나 환하게 환대해 주는 듯했다.다소 흥분된 기분으로 카메라를 동생에게 넘기며  백록담 배경삼아 사진을 찍어달래니  의아해하며  웃는다.우린 그곳에서 감격의 세레머니를 나름대로 치룬 셈이다. 감개무량!

 

 

 

 

 

 

 

 

 

 

 

 

 

꿈에나 그리던 백록담 봉우리를 바라보며 걷는 길은 그야말로 꿈길이였다.얼마나 설레던지 , 한라산의 진수를 보여주는 백록담 아니던가, 누구라도 이곳에선 감탄 할 것이었다.윗세오름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니 또다른 매력이 풍긴다.봄의 끝자락을 붙잡고 피어나 산철쭉 반짝거리는 샛오름 너머로 봉긋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이란, 살짝 이쁘기도 하고 , 위풍당당하기도 하고 어쨌거나 감동적이였다 .사진에서나 봐 온 나인지라 감동의 물결이 쉽사리 가시질 않았는데, 동생도 나같은 처지라서 우리 둘은 한동안 그곳에서 떠날줄 몰랐다.이 맛에 산에 오르는가 싶었다.감사!감사!

 

 

 

 

 

 

윗세오름 전망대에서 300mm 렌즈로 담아본 백록담 화구벽이다. 화산작용으로 생긴 기묘한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내니  백록담의 위상이 느껴졌다.

 

 

 

 

 

 

 

 

 

선작지왓 평원은  조릿대와 산철쭉이 어우러져 햇살에 빛났다 노루가 딱 놀기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올라오는  내내 노루는 보지 못했다.

윗세오름 전망대부근에서 웻세오름대피소로 가는 길가 노루샘 부근엔 예쁜 야생화가 자잘자잘 피었는데 그 중 하얀꽃에 관심이 갔다. 무슨 꽃인가 하니 누군가 흰그늘용담꽃이라 했다.노루샘에서 목을 축이고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두둥실 실바람도 불어와 " 어느 노래가사처럼 정말이지 환상의 길을 걷는 듯했다.여기서부터 십분 더 가면 윗세표라면을 먹을 수 있을 것이었다.우리가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했을 때는 마치 라면을 먹고자 오른 것인 양 모두 컵라면을 들고 있었다.비로소 우리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삼년만에 먹어본 라면 맛이 정말 기막히게 맛있었다.윗세오름 해발 1700m.

 

 

 

 

 

 

 

대체로는 이곳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어느 방향으로 하산하는가가 정해지는 듯했다.이곳으로 오를 수 있는 길은 영실휴계소와 그리고 어리목과 돈내코방향이다.우린 영실휴계소에 차를 주차했으니 오던 길로 하산해야 했다.돈내코탐방길로 가는 길목인 남벽분기점까지가 오늘 산행목적이다.윗세오름대피소에서 남벽분기점까지는 편도 한시간 소요된다고 누군가 알려주었다. 왕복 두시간이니까 윗세오름대피소에서 남벽분기점 돌아오는 시간이 적어도 두시간반은 소요될 것이었다. 그러함에도 어리목으로 오르는 길이 궁금해 나만 삼십분정도 걸어보았다.무리하지 말자며 동생이 만류함에도 못 들은 척 했으니 나도 참 못말린다. 그러니까 위사진은 어리목 길에서 바라본 백록담 화구벽 모습인 것이다.어리목으로 내려가는 길은 내가 좋아할 듯한 매무새였다.기회되면 어리목으로 올라봐야겠다.

 

 

 

 

 

 

 

 

 

 

남벽분기점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구상나무와 조릿대와 철쭉이 한데 어우러져 이채로운 풍경을 연출했다.색다르게 주목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동생은  피곤한 눈치다.무리하지 말고 윗세오름대피소에서 하산하자고 했었다. 다른 각도에서 만나고픈 욕심에 강행한 터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나는 평소의 게으름을 여행지에서 만회하는 나쁜 습성이 있긴 하다. 딸들도 신신당부 하였는데 약속을 어기고 있는 셈이었다.가볍게 그냥 즐기라는데, 그 가벼움의 기준은 무엇? 대단한 의미부여가 아니라 굳이 해명하자면 내가 선택한 시간에 대한 자세이며, 호사스런 여행에 대한 자그마한 보답인 것이다.

 

 

 

남벽분기점에서 바라본 한라산 백록담 화구벽

 

 

 

남벽분기점 오가는 길은 비교적 한산해 산행객이 드문드문 지나갔다.대부분은 윗세오름에서 어리목이나 영실휴계소로 하산하는 듯했다.꿈도 야무지게 비탈진 돈내코 탐방길로 내려가 택시를 타고 영실주차장으로 올까 했었으니 참 대책없는 나였다.하마트면 동생까지 고생시킬 뻔 했다.이쯤만으로도 지쳐버렸고 이제부터는 발걸음이 움직이는대로 따라갈 형편이었다.방아오름샘을 지나 남벽분기점 자그마한 대피소에 이르러서는 우린 주저앉아버렸다.나는 진작 얼굴이 빨개졌지만 동생얼굴도 만만치가 않았다.그러함에도 우린  남벽분기점에서 백록담 배경삼아 인증샷을 누군가에게 부탁했다. 가져간 한라봉은 꿀맛이었다.이제 오던 길로 돌아가려면 에너지를 비축해야 한다며 동생이 입에다 마구 넣어주었다. 이곳에선 다른 각도로 좀 더 적나라하게 모습을 보여주는 백록담이었으니 오기 잘했다며 우린 쳐다보며 안도했다.

 

 

 

 

 

 

 

 

 

무엇을 보았는지, 되돌아오는 길은  힘들기도 해서인지 차분해졌다.자연의 조화로움도 서로 보완해주면서 상생함을 엿볼 수 있었다.방아샘 약수터에서 사진을 찍어달라며 지친 듯 미소짓는 동생입가에 포커스를 맞추며  등반길 동행해줌에 대한 보답이라니까 폭소를 터트렸다.이제 하산 시작이니 적어도 세시간은 열심히 걸어야 했지만 노루샘근처 피어난 하얀용담꽃에 홀려 머뭇거리니 참았던 봇물 터지듯 피곤하니까 사진은 그만 찍으란다.그래도 그렇지 내가 좋아하는 저 아스라한 오름들은 어쩌고,  동생 눈치 살펴가며 오름들을 향해 조준하던 그때 웬걸 등산화가 말썽이다.세컬레 등산화 중 내가 가장 애용하는 등산화를 담아온 것인데, 오른쪽 신발 깔창이 떨어져버린 것이다.끈으로 겨우 돌돌 동여메고 조심조심 내려갔다.저 멀리 오름 위로 쏟아지는 하오의 햇살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비록 백록담 정상은 아닐지라도 이 뿌듯함이란, 영실주차장에 돌아온 시간은 오후 네시 장장 8시간을 한라산과 지낸 셈이었다. 안녕,한라산.

 

 

 

 

 

 

 

20150604  제주도

 

 

 

 

 

-- 용기를 가진 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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