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마당을 담고자 한국민속촌을 오랫만에 갔다가 만난 정경들입니다.
예전엔 우리 옛것에 대한 소중한 마음이 이다지 없었습니다.
최첨단 문명으로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숨결과 생활을 엿 볼 수 있는 도구와 물건들을 담아 보았습니다.
소나 말의 힘을 이용하여 곡식을 찧거나 빻는 농기구.
지금의 정미소 역활을 한 셈입니다.
절구통을 보니 민족의 한이 서린 풍요,
아낙네 구슬픈 장단에 떡사래 치는 소리로 명절은 시작되고 덩달아 좋아하는
아이들 해맑은 얼굴도 스칩니다.
떡방아에 실린 무게에 따라 차례상 기쁨이고 슬픔이던 시절,
연자방아 시절에 살지 않아서 직접적인 경험은 없지만 한 민족의 정서는 배어있나봅니다.
곡물을 넣어 빻는 농기구, 물맷돌 구멍맷돌로 나뉩니다.
콩 , 밀 ,쌀을 불려 물기를 뺀다음 구멍에 넣고 손잡이를 밀고 당기면서
빻아지는데 저도 어릴때 엄마곁에서 돌려보면 엄마만의 노하우로 맷돌이
리듬을 타며 곡물이 빻아진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지요.
그 시절 어머니는 어느 마술사보다 넘치는 살림 끼를 발휘했는데 자동화 시대에
즐비한 주방기구를 사용하는 저는 감사합니다.
아득하고도 먼 이야기는 내 어머니 삶의 무늬기 때문입니다
장단에 맞춰 똑닥 소리 들려주며
백옥 같은 이불 호청을 두드리던 외할머니 생각에 젖습니다.
흰색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의 정서는 여지없이 혼수 이불에도 적용이 되었는데
하늘 같은 사랑이 넘치는 외할머니는 저 시집 올때 몇 채가 되는 이불을 손수 만드시고
시집 온 후에도 하얀 이불 호청을 홍두깨로 다듬어 주곤 했습니다.
목화송이 같이 따스한 할머니의 사랑은 두고도 잊지 못합니다.
옛 여인들 풍정을 엿 볼 수 있는 다듬잇돌을 보며 여인의 향기를 느낍니다
비뇨기과 질환 야뇨증인 오줌싸개는
오줌을 못 가리고 밤에 지도를 그린 아이에게 키를 씌워 소금을 얻어 오게 했는데
알곡만 걸러내는 키처럼 잘 먹고 크라는 의미가 담겨 있고
그 시절엔 구하기 힘든 소금을 얻어오게 했습니다.
대문 밖 한켠에 둔 키에 쓰인 네글자가 슬퍼 보입니다.
걸어서 먼 길을 갈때 걸머지는조그마한 봇짐,
그 어원은 끈을 늘어뜨려 메는 보따리 짐입니다.
아득하고도 먼 이야기가 봇짐 속 가득 들어 여물목 건너는
나그네 가슴 시린 발걸음이 뚜벅뚜벅 들리는 것 같습니다.
밤이면 주막에서 베개 삼아 자노라면
봇짐에 담아 온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들으며 잠이 듭니다
잔 모양의 그릇에 기름을 붓고 심지를 기름에 담궈서 불을 붙이는 등잔불.
호롱불과 혼동이 되는데 호롱불은 조그마한 항아리형으로 뚜껑이 있고
뚜껑 구멍에 심지를 끼워 호롱안 기름에 담가 불을 켭니다.
전기가 들어 오지 않았던 시절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지만
우리 어머니들 등잔불 아래서 빚어내던 이야기는 왠지 가슴 뭉클합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 " 가까이 있는 것을 보지 못할때 쓰는 속담이지만 정말 맞습니다
숯불을 담아 놓는 그릇.
종류가 다양하나 무쇠나 놋쇠로 만든 화로는 친근감이 듭니다.
군 고구마 호호 불며 먹던 화로가의 구수한 정경이 펼쳐 집니다.
욕심없이 살던 시절엔 상대적 빈곤은 사치였지요.
대장간은 쇠를 달구어 연장을 만드는 곳으로
풀무,모루 ,정,메 ,집게,대갈마치 ,숯돌 등이 기본인데
산업화 기계화의 발전으로 사라져 볼 수 없지만 장인 정신은 계승돼야 합니다.
고교시절 미술 선생님이 대장간을 소재로 그림을 자주 그렸는데
아마 국전에 출품한 걸로 기억됩니다.
혼을 쏟아 벌건 불에 쇠를 달궈 연장을 만드는 대장장이 모습에서
역동적인 삶을 나타낸다며 늘 얘기했습니다.
달구고 , 두들기고, 식히고, 원리는 대장장이 끼니너머의 숨결입니다.
세월에 비켜 간 흔적의 시간 속에서 베르디 대장간의 합창이 훨훨 납니다.
무명. 명주 .삼베 따위의 피륙을 짜는 틀.
나란히 세운 두개의 앞 기둥에 의지하여 사람이 걸터 앉아 짜는데
피륙의 종류와 몇 새로 짜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새란 날의 촘촘함을 뜻 하는 말로 1새는 바디의 실구멍이
40개로 짜여 지며 한 구멍에는 두 가닥의 실이 듭니다.
시집 올 때만해도 시어머니는 베틀로 짠 옷감으로 옷을 만들곤 했는데
관리 허술로 없어져 아쉽습니다.
설빔으로 곱게 입는 베틀한복은 유명합니다.
물을 담는 용기 같아 물장군을 검색하니 똥장군,
농작물에 거름이 되는 분뇨를 담아 나르는 통임을 알았습니다.
조상들 삶의 역사를 말해 주는 생활 도구의 정확한 이름을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즐거운 명절 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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