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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흔적

길위에서 2 - 지리산 바래봉 철쭉군락지.

 

 

 

 

바래봉, 바래봉,...그렇게 부르고 싶은 철쭉군락지를  향해 가는데 짙은 산안개 감싸안은 산자락에 동살이 불그스레하다 .지난 주 바래봉 철쭉이 장관이라며 친구가 초대를  했지만 다녀가지 못했다. 우연찮게 지리산에 왔으니 바래봉 철쭉 산행이 꼭 하고 싶다니까  흔쾌히 동행한다.

 

바래봉 산행은 처음이라 전날 정령치 휴계소에 계신 분에게 바래봉 길을 묻고 운봉에 들려 답사를 마친후다.지리산 온천랜드에서 운봉에 오니 6섯시가 조금 넘었다.이미 주차장엔 부지런한 주인을 둔 차들로 가득이다.왕복 세시간이면 된다는 정보에 느긋한 마음으로 가볍게 요기하고 출발을 했다.

 

 

 

 

 

 

오르는길 입구에서 어느길로 갈까 망설이는데 지리산맨을 만났다.아들 둘 앞세우고 지름길인듯 싶은 오솔길로 들어선다. 뒤따라가며 여쭈니 넓은 길보다는 빠르지만 가파르단다.자칭 지리산맨이라니 오죽 잘 알겠는가싶어 따라가기로 했다.이른 아침의 푸른숲이 더없이 상쾌하다.짙어지는 잎새가 팔랑이며 몇 발자국 안가 지친 발걸음에 힘을 싣는다.평소에 단련된 지리산맨팀과는 차이가 난다.

 

뒤를 돌아 보니 나를 앞세워 걷는 발걸음도 가볍지 않다.숲에 가린 하늘에선 아침햇살이 빼꼼하게 웃고 이름모를 꽃들이 알록달록 숲속에 잠겨 있다.얼마를 걸었을까 .다람쥐다고 외치는 소리에 내손은 이미 디카 셔터를 누르고 있다.워낙 빨라 내 실력으로 어림도 없다. 이방인 침입이 낯설다며  동그랗게 쳐다보는 눈이 렌즈에 잡힌다.

 

 

 

 

 

한시간쯤 걸었을까 , 조금만 가면 큰길과 이어진다며 아들을 달래던 지리산맨 일행이 보이지 않는다.다람쥐 때문이다.목에 건 카메라가 무거운거 보니 내겐 벅찬 카메라임에 분명하다.가격도 만만치않아 내게 걸맞고 무게감 낮은 걸로 교환하려니 절대로 안된다고 나를 위협? 했다.기능도 익히지 못한체 거대한 꽃물결을 담고자 오르니 웃음이 난다.사진에 기대는 하지 마라니까  특유의 느긋한 성격인지라 그저 웃는다.대체로 웃긴하나 예사로운 웃음이 아님을 나는 안다.

 

 

 

 

 

곧 나올거라는 큰길과 만나니 하늘이 환하게 보인다.구름 대신 가득한 뿌연 안개의 정체는 무얼까.이도저도 아닌 햇살이 여름처럼 덥기만 하다.실력도 없는데 햇살마저 뿌연게 좋은 이미지 담기엔 역부족이다.군데군데 무리져 피어있는 진분홍 철쭉빛이 허공으로 흩어진다.철쭉과 하늘을 번갈아 보며 카메라 렌즈 매만지는 손은 소득이 없고 마음만 바쁘다.그 산에 철쭉있어 내가 왔는지 내가 있어 철쭉이 반기는지 모르지만 있는 자체로 만족하며 감사히 구경하기로 한다.

 

 

 

 

 

 

큰길 능선따라 걷다보면 갈림길이 나온다.바래봉 정상과 철쭉군락지로 나뉜다.바래봉 정상은 초지로 민둥산이며 능선으로 이어지는 곳이 철쭉 군락지라며 어찌할것인가 묻는다. 바래봉에 왔으니 바래봉 정상을 가야한다며 걷는데 아무래도 시간상 안될것 같아 되돌아 철쭉 군락지로 향했다.새벽에 올라왔는지 부지런한 사진맨들이 어깨에 장비를 매고 내려오고 있다.

 

큰길에서 합류한 사람들이 마음 즐거운 모습으로 능선길 여기저기서 추억을 담느라 애쓴다.비슷한 풍경들이 연달아 이어지는 길따라 가며 애써 담아보지만 영 시원치가 않다.어지간해서는 흐르지 않는 땀이 흐르고 목이 타는데 물도 팔지 않는다.아예 그 무어든 파는 곳이 없다.필히 준비해 가지 않으면 큰 고생이다.유명하다는 바래봉 철쭉이 멀리서 굼실거리며 춤을 춘다.

 

 

 

 

 

철쭉동산에 이르니 아이스크림을 판다.꽃구경도 나중이다.사막의 오아시스다. 떨어질까 조급한 마음에 네개를 집어 계산하라니 웃는다.평소엔 하나 먹기도 애먹는데 네개나 집으니 웃을만도 하다.저마다 입에 물고 있다.후덥지근한 날씨 덕분에 아이스크림 장사는 신이 나고 그 모습을 비디오 카메라에 담느라 기자도 바쁘다 .모두모두 바쁜 바래봉의 철쭉동산에 올해 철쭉이 절정이라 한다. 목을 축이고 나무계단을 이어진 구름다리로 올라 넘어가니 구경꾼보다 카메라맨의 잔치다.

 

나도 뒤질세라 틈새에서 담아보지만 경험없는 나인지라 어찌 할 바를 모르고 허둥댄다.바래봉의 철쭉을 필히 담아야하는 사진 작가인지는 모르나 철쭉동산 주인이라도 되는지 꽃 속에 사람 보이면 옷색깔 이름 부르며 비켜달라 외친다.옥신각신 한바탕 쇼가 벌어지는데 꽃멀미가 아닌 사람멀미에 현기증이 인다. 지리산 능선과 어우러진 멋진 철쭉의 모습을 담느라 그런것 같았다.마음을 비우니 자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꽃물결 사람물결에 밀려 내려오는 길은 장관이다. 무겁다며 카메라를 압수해 간다.시간 단축을 위해 올라오던 오솔길로 접어드는데 오르는 사람많아 내려갈수 없다고  오르는 분이 일러준다.정말 많은 사람들이 찰쭉동산을 향해 올라오고 있다.곱다랗고 고고한 옷차림의 수녀님은 어찌 그 모습으로 오를지 걱정이다.창을 하는 사람 , 멋지게 구두신고 오르는 사람 ,저마다의 모습이 다르다.바래봉, 바래봉 했더니 바래봉 철쭉꽃을 만나고 간다니 꿈만 같다.

 

올라갈때 만나지 못했던 목타게 그리던 약수터는 큰길 거의다 내려와서야 만났다.벌컥벌컥 쳉피한줄도 모르고 마신다.운봉읍으로 가득한 관광버스는 어디서 왔을까.마을 가득이다.그토록 많은 관광차를 일찌기 본적이 없다.지리산 바래봉 철쭉이 유명하긴 하나보다.운봉에서 출발하는 바래봉 철쭉군락지 산행은 초보자는 왕복 세시간에 할 수 없다.개인차가 있긴하나 왕복 네시간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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