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노래 -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꽃이 피는건 힘들어도/ 꽃이 지는 건 잠깐이더군/골고루 쳐다 볼 틈 없어 / 아주 잠깐이더군 "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빠르게 지고 있습니다.
봄햇살에 화려하게 피어나더니 봄볕에 지는 모습이 허망하여 차라리 고요합니다.
목련은 일찍부터 피어나 희고 깊은 제 이름의 값을 톡톡히 했을텐데
저는 무엇하느라 이제사 목련을 만났습니다.
등불을 밝혀 들고 봄을 맞이하던 목련은 이제 지고있습니다.
제 갈길을 미리 마련해 두고 백화잎을 한 잎 두 잎 떨구는
고고한 목련의 낙화가 그저 속절없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생명체들이 빚어내는 실상과 허상을 보면서 ,
사라지는 것들의 뒷모습이 아름답기를 바래봅니다.
생명의 축제와 너무 진한 꽃들의 향기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봄날에,
해마다 봄꽃 동산에서 부르던 사월의 노래를 다시금 부를수 있음은 축복입니다.
삼막사가는길 어느 농원에서 080411
'시간의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부해당화 (0) | 2008.04.18 |
---|---|
자유공원의 봄. (0) | 2008.04.18 |
매화꽃 (0) | 2008.04.10 |
여의도에 벚꽃이 피었습니다. (0) | 2008.04.09 |
봄의 노래 - 해양생태공원에서. (0) | 2008.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