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간의 흔적

습지의 겨울 철새를 만나다.

 

 

 

그렇게 가을은 가고 ,

 갈대꽃이 바람따라 흔들리는 습지에도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아직  남아 있는 가을의 잔상들이 그 경계에까지 이르러

흐르지 못한 시간 속에서 겨울로 건너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자연의 영원한 순환을  바람결로 이미 알아차린,

스스로 길이 되어 날고 있는 철새들 낼개짓에 비장함이 깃들어 있습니다.

 

철따라 찾아든 저들의 겨우살이가 순탄하길 바라며

 겨울 나그네 행로에 제 마음도 얹어 동행해 봅니다.

 

 

 

겨울 한 철을  어느 곳에서 ,

어찌 쉬어갈지 그들 세상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속살 깊이 휘감는 찬바람이 불때마다  심호흡이 필요할테지요.

 

우선 두려움을 버리는 것부터 터득해야 하고 ,

지형을 익히고 , 바람의 세기를  체험해야 하고 ,

겨우살이 행로가 만만치 않습니다. 

 

 정말로 살아 있음은 축복이지만 

생은 그렇게 혹독한 시련을 통해서  값진 삶을 예비합니다

 

 

 

 

하늘의 나는 새나  세상 속 우리들이나 , 

동물과 인간적인 차이만 배재하면 우주안에 살아가는 모든 것들은

그저 그렇게  살아가겠지만 똑같은 삶을 살진 않습니다.

 

 자기의지와는 상관없이 살아간다고, 운명이 정해진 길을 가는 것이라고,

가끔은 억지를 부려도  스스로가 선택한  삶을 살아갑니다

 

 

 

  

습지의 새들은 다들 어디에  있는지 ?

보이지 않아 마른 풀섶을 헤치고 호수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낯선 발걸음 소리에  놀랐는지 푸드득 날아갑니다.

몇 마리 날았지만  렌즈조준 미숙으로 두 마리만 선연하게 렌즈에 잡혔습니다.

저들 세상에서도 동반자가 필요한가 봅니다.

 

줄지어 나는듯 해도 어느 사이엔가 짝을 짓고는

그 만큼의 속도와 질서를 유지하며 

 어디론가로 날아가는 새들의 모습을 가만 바라보았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일지라도 ,

세상의 모든 길은 언제든 열려있으며 ,그 길을 걷도록  누구에게든 허락합니다.

때때로는 힘이들어도  

정말이지 살아간다는 것은 아름다운 축복입니다.

 

저들끼리  고물고물 지내는게 이뻐서

 저것들의 겨우살이를 이미 예비하였음인지

서산으로 기울던 햇님도 좋아라 물살 위로 방긋한 미소를 보내줍니다.

 

 

 

습지공원의  폐장시간을 알리는  방송이 울리는 시간까지도 

무리지어 나는 철새들 군무는 나타나질 않았습니다.

 

철새도 아무때나 아름다운 날개짓을 보여주지 않나봅니다.

습지공원에 서식하는 텃새를 제외하곤 

철새들이 날아와 머무는 시간대를 알고가야 만날수 있을 것입니다.

 

참요,늘 그 자리에서 모델이 되어주던 습지의 텃새 왜가리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안산 갈대습지공원에서/20081203

 

 

 

 

 

28072

 

 

 

'시간의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으로 가는 길  (0) 2009.01.15
눈꽃송이  (0) 2009.01.12
안녕, 11월이여!  (0) 2008.11.30
그날의 왜가리.  (0) 2008.11.26
첫눈  (0) 2008.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