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길 듯 이어지는 너른 벌판에
바람길을 건너는 유월의 푸름이
옛이야기처럼 아스라이 펼쳐지고
외로운 적막을 사랑하는
띠풀의 떨림이 바람 끝에서 향기롭다.
그리움의 나무가 되어 군데군데 서있는
몽상 같은 우음도 나무는
스스로의 업보인 양
그만큼의 무게로 주변 것들을 품어주고
풀끝에 매달려 푸르름을 누리는
햇살의 시간이 자유롭다.
푸르게 흔들어놓는 바람소리에
하얀 빛깔 드러내는 띠풀의 자유와 생기,
가벼운 것에서 가장 무거운 것까지 끌어안고
묵시적으로 흐르는 절대 고독은
서로의 생명에 대한 안부이다.
유월의 푸름에 젖어 빛난 숨결로 머무는,
바람이 메아리치는 벌판에 서서
내 안의 간절함마저 풀어내
모든 것들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원시의 향기를 호흡했음이라고
그 푸름에 대답하고 싶다.
2010 0603 우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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