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단풍나무 빛깔입니다
어떻게 모든 사람을 골고루 다 사랑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져 있는 나에게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붉은 뺨을 지닌
바람이 내게 와서 말합니다.
무어든 너무 잘하겠다고 욕심부리지 마세요
사람들의 눈을 잘 들여다보면
그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고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답니다
그래서 이 가을엔 ‘사랑한다’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고 아껴두기로 합니다.
나를 의심하고 오해하고
힘들게 하는 한 사람에게
성을 내고 변명하기보다
침묵 속에 그를 위해 기도하며
끝까지 우정과 신뢰의 눈길을 보낼 수 있을 때
내가 환히 웃게 해 주고
그에게 화해의 악수를 청할 수 있을 때,
나는 비로소 사랑이란 단어를 자신 있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해인 /가을 편지 중에서--
2011 10 22 산책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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