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서정을 부르는 순천만은 너른 갈대밭으로 부터 시작된다.
넉넉해 보이는 넓은 갈대밭따라 걷다보면 드높아지는 가을 하늘은 금새 푸른 미소를 보내준다.
S자 물길 담기에 바빠 이곳 갈대밭을 걷지 못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마음 비우고 여유롭게 걸어보기로 했다.
탐조선을 타고 순천만을 한바퀴 돌아보려다가 용산전망대 일몰을 보려면 빠듯하여 관두기로 하고,
느림의 미학을 즐기며 천천히 갈대밭을 걷기로 했다.
풍요의 이름으로 가을을 물들이는 따가운 햇살이 갈대밭에 길게길게 내려앉고 ,
낭만으로 이어지는 나무다리를 걷는 가을 사람들 발걸음이 신나보인다.
그 리듬따라 우리도 걸으면서 무언가 갈대이야기를 담아보려고 애썼다.
사진을 하고서 처음으로 출사라는 명목하에 바람의 시선으로 작가 공경희님과 함께 이박삼일 여정길에 올랐으니
개인적으로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인 것이다.
가까운 곳들은 가끔 동행하기도 했으나 숙박여행은 처음이다.
사진만을 위해 길위에 섰지만 정작 사진보다는 자연과 동화되어 친구처럼 자매처럼 나누는 시간이 되고 있었다.
카메라 앵글에 포착된 순천만 왜가리는 눈을 즐겁게 해준다.
때가 아닌지 많은 새들은 보이지 않고 왜가리 닮은 새가 같은 장소에서 포즈만 달리하고 모델되어 서있다.
생태계의 보고로서 세계 5대 연안습지에 든다는 순천만에서 적어도 새들 표정 한 두컷은 찍어야 한다는 의무감마저 들었으니까.
고고한 몸짓의 목이 긴 하얀 왜가리 닮은 새는 , 생태기행이 아님을 알아차리고
생태계 현장임을 다소나마 인식시켜주는 역활을 하려는 듯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나도 멋진 포즈 한 컷을 담아보려는데 잘 안된다.
지난해 농주마을 새우양식장근처에서 올라간 용산전망대를 갈대밭따라 걸어 올라오니 힘들긴 해도 다른 느낌이 들었다.
하늘이 내린 정원이라 찬사를 아끼지 않는 순천만의 진주라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형태의 갈대 군락지는 그 이름 값을 톡톡히 해내며 관광객들 시선을 사로잡는다.
누구라도 이곳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감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에는 참으로 매력적인 이곳을 한동안 바라보기만 했었다.
원초적인 대자연의 신비에 감개무량하여 무얼 찍을 생각도 없이 서있다가 일몰 시간대에 허겁지겁 찍었었다.
또다시 마주해도 그저 아름답기만 하여 , 예전 모습 그대로 한결 같은 풍광만 내 카메라 앵글에 잡힌다.
이번 여행길 동행인인 공경희님 표정을 살짜기 엿보면서 과연 신비스런 이 광경을 어찌 담아낼지 사뭇 궁금했다.
날씨가 별로이니 일몰을 포기하고 내려가자던 계획을 수정하여 아름다운 이곳 순천만에 왔으니
두어시간 더 기다려 해지는 풍광을 보기로 했다.
반짝반짝 은빛 물결을 이루는 눈부신 하오의 햇살은 갈대밭 위로 찰나의 숨결로 흩어지고 모아지곤 했다.
희망처럼 쏟아지는 은빛 물살을 가르며 탐사선이 오갔다.
습지를 체험하는 좋은 방법으로서 탐사선을 타고 둘러보아도 좋을거 같다.
반짝이는 은빛 물살과 교감을 시도하면서 탐사선 지나는 흔적을 담아보았다.
탐사선이 물살의 흐름을 타고 서로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거리에 따라 그 만큼의 형태대로 흔적이 남았다.
탐사선이 서로 가깝게 다가서면 큰 크기의 포말을, 멀어지면 작은 크기의 포말을 그려놓았다.
포말의 폭을 달리하면서 물살이 만들어내는 표정이 이채로웠다.
탐사선이 오갈때마다 순간을 놓칠세라 연신 담아보았다.
거리유지와 간격에 따라 물살 형태가 달랐는데, 적당한 간격과 거리유지일 때 가장 아름다운 물살의 흔적을 남겼다.
정말이지 , 생명이 지닌 생생한 현실감을 넘어 꿈의 세계에 잠겨 있는 듯했다.
와온해변의 일상을 안고 하루를 시작하던 이른 아침의 솔섬이 이곳에서 바라보니 생경했다.
썰물이 거침없이 그어놓은 경계선 저 너머 바다는 살아 숨쉬는 현실이 되고,
너른 개펄을 따라 이어지는 갈대와 칠면초 밭은 꿈인듯 했다.
빨간 칠면초와 갈대가 어울림되어 가을이 물들어 가는 그림 같은 이곳을 다시 바라보는 황홀감에 그저 감사했다.
독자적인 개성과 아름다움을 지닌 이곳을 어쩌면 보고파 왔는지도 모른다
황홀한 이 풍광에 매료되어 지난해 이틀을 찍고 또 찍었었으니까 사진과는 무관하다고, 스스로 위로를 했다.
습지의 생명체와 함께 공생하며 낮의 시간을 마감하는 해가 저물어 간다.
길다랗게 쌓여 있던 하루의 시간 중 가장 친근하게 머물며 보듬어주는 햇살이 아닌가 싶다.
이 순간을 위해 사진촐영을 하려는 사람들로 용산전망대는 금새 북적였다.
전용 카메라 셔터박스에 이상이 생겨 애를 먹었지만, 장엄한 황금햇살을 아이패드로 담기도 하고 콤팩디카로 담기도 했다.
낮동안 은빛으로 반짝이던 물살이 황금빛으로 화려하게 단장을 했다.
빛살에 묻혀 둥둥 뜬 푸른 갈대밭은 검다못해 아메바를 닮았다고 공경희님은 자꾸 멋있다며 말을 아끼지 않았다.
산등성이로 사라지면서도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는 햇님이 눈물겹게 고마웠다.
그 뒷모습을 감격에 차 바라보는데 나의 동행인이 해가 지는 곳 바로 위를 가르켰다.
붉게 물든 하늘에 하얀 구름이 만들어낸 형상, 용 두마리 서로 마주하고 있는 거 같았다.
기이한 그 모습을 우린 재빠르게 담으면서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했다.
20110923 순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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