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눈이오름에서 바라본 다랑쉬오름
참으로 오랜만에 온 몸으로 바람을 휘감고 걸었으니......
다소 비탈진 초입 계단 길따라 오를때만 해도 하늘 흐렸지만 바람은 조용했었다.
그냥 흘러가는 것 같지만 그저 흐르지 않는 구름은 흐렸다 개었다 습도 많은 제주도 날씨에 한몫을 거들었다.
말로 설명하기 예매한 제주도 날씨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변덕을 부리는데,
그때마다 나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떤 비장한 의미로 오름을 오른게 아니라 ,바람의 사진작가 김영감님의 용눈이오름을 웹에서 검색하다
우연찮게 다랑쉬오름의 매력을 알게되어 올랐으니까,
제주 오름만이 지닌 신비로운 분위기와 함께 해보기로 했다.
제일 먼저 들어오는 풍경은 언젠가는 가봐야겠다고 벼르던 용눈이오름이였다.
아직 가보지 않아 자꾸만 시야에 들어온다.
멀리서 보아도 내적 열정이 스며든 , 한 사진작가의 삶 그 자체였던 오름의 곡선에서
자유롭되 절제된 바람의 에너지가 눈과 가슴으로 전해져 오는 듯하다.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바람이건만 유독 제주바람의 마력에 빠진
그 바람의 미학을 감히 나도 좀 느껴볼 수 있을까 하고는 ..
아끈다랑쉬오름 뒤 멀리 제주의 자랑인 그 유명한 , 성산일출봉은 이곳에서도 위용당당했다.
원시 그대로의 모습으로 지닌 것들 많은 제주는 원시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제주의 원시성은 그 무어든 바다와 어울어질 때 제 멋을 내는 것만 같았다.
원시의 숨소리를 호흡하며 친근하게 오르는데
그저 흐르지 않는 구름과 더불어 무엇때문인지 하늘은 여전히 무겁다.
세상의 모든 바람은 그곳에 모여드는 듯 ,
정상 가까이 가니 바람 세게 불어 마치 바람의 성역처럼 느껴진다.
순간 바람에 날라가 버릴 것만 같은 공포감에
자세를 굽혀 무릎을 꿇다시피 엉금엉금 기면서 사이사이 아래를 내려다 보니
바람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게 평화로운 풍정이 딴 세상 같다.
나 뒤로 느리게 올라오던 젊은이들이 나를 앞서며 염려스런 인사를 건넨다.
바람의 미학을 즐기기엔 내겐 버겁고 세찬 바람이다.
바람과 말없는 대화로 힘겹게 정상에 오르니 보이는 것마다 그래도 아름답다.
마음으로 보고 가슴에 담는다 하지 않았던가,
신비스런 기운으로 내뿜는 흐릿한 해무마저 아름다움을 실어주고 있었다.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제주인들의 생활 속 근거가 되는 오름에 올라
바람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지내는 것들에게서 다시 사는 힘을 얻고 무엇인가로부터 위로 받아보면서,
처음 오른 제주오름의 감흥을 짧게나마 남겨본다.
바람 심하게 불어 정상초소에서부터 더이상 걷지 못하고 되돌아 내려왔으니까,
그날따라 정상 가까이 세차게 불던 바람은 잊을 수 없다.
2013.4.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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