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로움 없이 그 무엇도 소유할 수 없다.
물찻오름 ,이곳에 선 것만으로도 자연으로부터 이미 충분한 에너지를 받은 셈이다.
물찻오름에 힘겹게 올라 경이롭다는 말로는 부족한 뜨거운 마음으로 어디쯤일까 , 멀리 아스라이 오름이거나 혹은 한라산자락을 바라본다.
신이 빚은 자연의 경관을 바라보며 인간은 겸손한 마음을 답례로 준비하면서 자연의 숨결을 호흡한다.
정말이지 자연은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모든 것을 아우르며 영혼조차 평화의 세계로 인도한다.
제주도 바람답지 않게 상큼하게 불어주는 바람과 더불어 걷는 내내 나를 사로잡았던 사려니숲 초록의 생명성은 지쳐 있는 내게
다시금 가슴 뛰는 삶을 살기를 충고했다.
다른 오름에 비해 몇사람만 서도 비좁은 공간 이곳 전망대가 오름 정상이다.
실제로는 그리 높지 않은 오름이다.
그런데 나는 유유자적 걷다보니 비자림로 사려니숲길 입구에서 물찻오름입구까지( 4m 구간) ,
물찻오름입구에서 이곳 전망대까지(1.42km) 두시간반정도 걸었다.
사려니숲에 매혹당해 숲이 들려주는 초록의 생명성에 충실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아, 그럼에도 누가 보건말건 세상에서 가장 긴 호흡으로 맘껏 호사를 부렸다.
함께 오르던 사람들이 떠나고도 혼자 남으니 그곳에서 안내하시는 오카리나아저씨가 전망 좋은 배경을 뒤로하고 내사진을 찍어주신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내려오는데 전직 교수였다는 아저씨의 아침이슬 오카리나연주가 물찻오름 숲길에 메아리친다.
초록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은빛 물결이 무늬곱게 반짝인다.
물찻오름이라는 이름을 더욱 드높이는 분화구에 물이 차있는 곳이다.
거문오름이라고도 부르는 물찻오름은 신성하다는 뜻을 지녔고 ,
오름 정상 분화구에 물이 있고 분화구 주위에 잣이라는 돌담이 있어 물찻오름이라 부른다고,
오름에 오르기전 입구에서 오름을 오르려는 인원이 어느정도 모이면 숲해설님의 5분여 안내설명을 듣고 출발을 한다
오름 정상 분화구에 물이 있다는 정보에 내심 기대가 컸다.
내 관심사였던 호수는 초록 무성한 나뭇잎사이로 보일듯 말듯해 잔향을 남기고,
누군가 분화구 가까이로 내려가자 하니 람사르습지로 지정 받기 위해 신청을 해놓은 상태여서 보호중이라며
그곳에서 안내하시는 분의 친절한 설명이시다.
애당초 계획이 비자림로 입구에서 붉은오름 입구까지 사려니오름을 제외한 사려니숲길 편도 전구간을 걷기로 마음먹었기에
입구 숲해설사 안내해설을 들으면서도 물찻오름에 오를까말까 망설였다. 돌아나오는 시간이 오십분이라니까 내게 할당되는 시간은 한시간 반이겠네....
...하고는, 줄지어 출발하는 사람들 뒤를 따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내내 안만한 숲길을 걷다가 산길이라기엔 낮은 그러나 다소 비탈진
좁은 숲길따라 오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을 걷는구나 했다.
앞서 걷던 사람들 모습은 초입지나자마자 보이지 않았으나 ,
한층 고조시켜주는 청아한 새소리에 나홀로 트래킹에 위안이 되어주고 있었다.
언제 다시 오게될지 .........
내 생애 처음으로 나홀로 숲길 트레킹을 장장 7시간이나 하였으니까,
사려니숲과의 아름다운 만남을 짦게나마 기록해 보려고 한다.
자연 속에서 치유력을 회복하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누리는 것을 의미하는 취지로
지금 사려니숲은 6월30일까지 에코힐링기간이다.
이 기간동안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물찻오름은 오전 10~오후1시까지 그곳 입구에 도착해야 오를수 있다.
2014 0613 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