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의 미학으로 , 그것들과 통합되어
봄날 벚꽃처럼
조금해 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아도
바람과 했살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그림자 짦아지는 달 11월
그림자 묵직하게 드리워진 연못가를 지나며
빛을 쏟아 내고 있는
주위의 모든 것들에게
갑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풀어놓고 싶어진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서도 없이
어디론가 흘러보내고픈 내 심사와는 달리
무언가 자꾸만 나눠주고 싶어 낮은 곳으로
무늬곱게 내려앉는 단풍잎은
그 매무새가 가지런하고 곱기만 하여서,
무엇인가 인지되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내게
그 해답 찾기를 권고하고 있는데,
ㅡ꾸밈없이 모습 그대로 정직하게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의 미학으로 ㅡ
선 자리에서
나를 다독이며 11월을 건너는 속도를 만들어내는 일이란,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이 아닌 달 ' 어느 시인의 싯귀처럼
이쯤에선
남아 있는 것들로 부터
회답을 바라고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그것들과 통합되어 이행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낙엽 향기 사이로 흐르는
11월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은 걸 보면 충분한 까닭이 있겠다
-- 가을 / 강은교 --
기쁨을 따라갔네
작은 오두막이였네
슬픔과 둘이 살고 있었네
슬픔이 집을 비울 때는 기쁨이 집을 지킨다고 하였네
어느 하루 찬바람 불던 날 살짝 가보았네
작은 마당에는 붉은 감 매달린 나무 한 그루 서성서성 눈물을 줍고 있었고
뒤에 있던 산, 날개를 펴고 있었네
산이 말했네
어서 가보게 그대의 집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