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슬 비처럼 내리고
계곡 건너 빨간 양철지붕집 조롱박 줄타며 묘기 부리던 시절
그야말로 꿈꾸듯 바라보았던 쌍계사 계곡에 꽃비가 내린다
칠흙처럼 까만 밤하늘 별이 반짝이면
우리의 꿈도 반짝거렸다.
천진난만한 두 딸은
밤하늘 별보다 반짝이는 눈망울로 꿈의 깊이를 더했었다
순수의 시대는 덧없이 흘러 가고
어느 무심한 봄날 그곳에 가니
십리 길 온통 차지해버린 벚꽃나무들이
삶의 한순간을 불러들이며 반갑게 화답한다
그시절 밤하늘 별빛 닮은 벚꽃향기는 바람에 날리는데
이 공허한 심사는 무엇인가.
2012 /0413 지리산 쌍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