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해마다 몇 차례 찾아드는 태풍이지만 올 여름 태풍은 유별스럽습니다.
별난 바람은 별난 비와 함께 나타나 요동을 치고
형체도 알 수 없는 구름의 빛살이 뒷산 산책길까지 내려와서는
여름물 짙게 머금은 나무들을 안개등으로 만들곤 했습니다.
온전히 맑은 하루를 본다는게 참 드물었습니다.
나뭇가지 흔들림은 여전했지만 파란 하늘에 햇님이 쨍하고 나타난
지난 토요일 산행길 나서다말고 시흥 관곡지 연꽃밭에 갔습니다.
한걸음 빠른 파란 하늘은
연꽃 만나는 마음보다 먼저 도착해 길가 꽃들을 쓰다듬고
이름도 모를 풀벌레 소리는 짙푸른 연잎 사이로 숨어들었습니다.
하룻새 달라지는 시끄럽고 어수선한 세상 속에서도
생명을 지닌 모든 것들은
제 사는 곳에서 각기 다른 형태와 빛깔로 무뉘를 그리며 살아냅니다.
시선에 머무는 풍경과 마음에 머무는 풍경이 어울림되어
서로의 가슴 속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로 연주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