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연은 맷방석 같은
넓은 잎을 못 위에 띄우고
그 밑에 매달려 산다
잎이 집이며, 옷이며,
방패며 또한 문이다
저 연못 속의 운수행각,
유유자적의 떠돌이
그러나 허약한 놈이라고
그를 깔봐서는 안 된다
그를 잘못 건드렸다간
잎과 줄기에 감춰둔
사나운 가시에 찔려
한 보름쯤 앓게 되리라
그가 얼마나 매운 마음을
지니고 있는가는
꽃을 피울 때 보면 안다
자신의 육신인 두터운
잎을 스스로 찢어
창으로 뚫고 올라온
저 가시투성이의 꽃대
그 끝에 매달린 눈 시린
보라색, 등대의 불빛
누구의 길을 밝히려
굳은 성문을 열고
저리도 아프게 내다보는가
-- 가시연꽃/임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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