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한 뿌리에서 오는데
꽃과 잎이 서로 숨고 숨어
백석인듯, 진향인듯,
두 사람의 타는 가슴인듯
길상사 마당 가득 핀 다홍빛 혈서
꽃이 오면 잎이 없었네
잎이 오면 꽃이 없었네
일생동안 서로 보고파만 하면서
서로 애터지게 그리워만 하면서
열매 한 알 맺어보지 못 하고 지는 꽃
한 몸이 될 수 없었던 그 한풀이
온통 붉은 혈서로 가득하네 --- 꽃무릇 /이윤정
여름의 끝을 붙잡고 붉디붉은 물 뚝 뚝 흘리며 피어나는 꽃 석산을 만났습니다.
누군가가 그리워 저리도 붉게 피어났을까요.
그리움 가득 담고서 여름 햇살보다 더 뜨겁게 피어났습니다.
속절없이 피었다지는 꽃이 어디 꽃무릇 뿐이겠습니까마는,
꽃을 피운 후 이틀 정도 그 아름다움을 유지하다 시든다지요.
세상에 무어든 영원한 건 없는 법이지만 그 생애 너무 짧습니다.
그렇지만 ,선운사 꽃무릇은 무리지어 피어나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어느 스님을 짝사랑한 소녀가 죽어 핀 꽃의 설이 있는 상사화와는 달리
꽃무릇은 소녀를 짝사랑한 스님이 소녀를 생각하며 사찰주변에 심은 꽃이라는 설이 있답니다.
꽃무릇<석산>은 흔히 우리가 알고있는 상사화와는 다릅니다.
선운사 꽃무릇은 지금쯤 한창 아름다움을 펼쳐낼 것입니다.
전 추석명절 다음날 오후 늦게야 도착해 도솔천 꽃무릇 황홀경에 빠져 버렸습니다.
실로 아름다웠습니다.
사진은 어찌 찍었는지도 모르는 사이 해가 저물었습니다.
붉디붉어 화려한데다가 도솔천 물에 비친 자태는 감동을 자아내게 만들었습니다.
도솔천 물에 비친 꽃무릇은 다음 장에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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