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뜰 앞 목련나무 며칠전부터 꽃봉오리 여물더니 꽃등불 켰습니다.
꽃봉오리 여물 때부터 활짝 꽃이 필 때까지 매일 바라보며 목련의 음성을 듣기만 했습니다.
목련은 꽃잎을 오므리고 있을 때가 절정이라고 하지요.
하늘 향해 봉우리를 치켜올린 이 목련은 오늘 아침 산책다녀오는 길에 만난 옆동아파트 뜰에 핀 목련입니다.
생명의 찬란한 봄을 보여주려고 하얀 꽃망울을 송이송이 달고있습니다
사월의 등불을 켜기 위해 길을 여는 목련에게 나도 무언가 화답하며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황사 심한 하늘은 잠시 그런대로 환한 배경이 되어줍니다.
꽃봉오리 벌어지는 소리가 구름되어 흐릅니다.
목련꽃 피는 이 순간 진정 봄입니다.
산책길 한시간 쯤 걷다보면 잠시 쉬어가는 곳에 나만의 쉼터인 너른 바위가 있습니다.
산책길치고는 비탈진 산길이라서 일명 부엉바위라 스스로 부르는 ,나의 쉼터는 비교적 높은 곳에 있는 편입니다.
그곳에 앉아 아랫마을을 바라보면서 차한잔의 여유를 갖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합니다.
한동안 몸살감기로 인해 병원을 들락거리다가 오랜만의 산책길 행이라
봄이 오는 내 산책길 안부가 많이 궁금했습니다.
날갯짓이 아름다웠던 올괴불나무꽃도 보이지 않습니다.
봄바람에 흔들리며 피어나던 그 흔한 연분홍 진달래도 어쩌다 한 송이 피었습니다.
살아 숨쉬는 어떤 것들이 새생명의 이름으로 깨어나고 있을까. 나의 산책길에서는 본 적 없지만 가지가지 종류도 다양한 바람꽃이라도 만날 수 있을까. 나만의 쉼터 너른 바위 아래 틈새에 피어난 하얀 제비꽃 만났습니다.
내가 늘 쉬어가는 바위 그늘 아래 피어났구나
바람이 쉬고 있는 그곳에 피어났구나
햇살도 겸손히 머무는 그곳에 피어났구나
귀를 쫑긋 세우고 무슨 소리 들을까
하얀 미소를 지으며
또르르 말린 꽃잎 행여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서야 만날 수 있는 꽃입니다.
야생의 바람 속에서 겸손한 울림으로 낮게 피어남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일러주는 것입니다.
차별 없는 마음으로 살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마음의 향기, 겸손의 향기를 전하는 것입니다.
가파른 내 산책길은 쉬엄쉬엄 걷습니다.
하얀 눈이 신기루처럼 메마른 숲에 눈꽃 화원을 만드는 겨울 숲을 걷습니다.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이 높고 낮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가을 숲을 걷습니다.
초록의 무성한 숲이 우거져 푸르름 날리고,
풀잎 끝의 아침 이슬이 영롱하게 빛나는 여름 숲을 걷습니다.
개인적으로 푸른 숲의 열창을 들려주는 여름 숲을 좋아합니다.
새순을 틔워낸 나무들이 또다시 새길을 걷는,
사월의 초록이 생명을 어루만지는 봄 숲을 걷습니다.
봄이 오는 내 산책길에 제일 먼저 봄을 밝히는 노란 생강나무입니다.
해마다 같은 장소에 피어나는 나만의 생강나무입니다.
오랜만에 가보니 비바람에 망가졌는지 예년 매무새가 아닙니다.
사철 푸른 소나무가 배경이 되어주기에 호들갑스럽지 않고 고운 매무새로 피어납니다.
나 좋아하는 산수유는 노랗게 반짝이며 나무의 꿈을 꾸지만
무엇인가, 생강나무는 메마른 숲에서 절절한 향기로 봄을 알립니다.
때로는 홀로, 때로는 함께 ,
나의 산책길에도 생명을 보듬어내는 봄의 소리가 드높아지고 있습니다.
소나무 녹색을 배경으로 노란 산수유 ,생강나무 꽃을 찍어보고 싶다는 베로니카님,
생각하면서 찍어보았는데 생각처럼 잘 안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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