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만이 흰색을 표현할 수 있었는데, 검은 물감을 풀어서 검은색이 사위는 자리에 흰색을 드러내는 것은 흰색 물감을 풀어서
새카만 꽃잎을 그리는 일과 같았다.이 세상의 꽃들 중에서 새카만 꽃이 있냐고 안실장에게 물었더니 ,모른다고 대답했다.
안실장이 모른다고 해서 새카만 꽃이 없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흰색이란 이 세상에 없는 것이고 사람들이 붙인 이름만 있는 성 싶었다.
흰꽃이 저 자신의 흰색을 알고 있는 것이냐고 안실장에게 물어보려다가 그만 두었다.꽃은 제 색깔을 모를 것이고 ,꽃이 제 색깔을
아는지 모르는지를 안실장은 모를 것이었다.
검은색을 이끌고 흰색으로 가는 어느 여정에서 내가 작약 꽃잎 색깔의 언저리에 닿을 수는 있을 테지만 ,기름진 꽃잎이 열리면서
바로 떨어져버리는 그 동시성,말하자면 절정 안에 이미 추락을 간직하고 있는 그 마주 당기는 무게의 균형과 그 운동테의 긴장을
데생으로 표현하는 일이 가능할 것인지를 머뭇거리는 동안에 5월은 거의 다 지나갔고 숲은 푸르고 깊었다.
--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에서 --
서울대공원 장미원 .2014 .0516
[Secret Garden]Hymn To Hope (Vocal By 신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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