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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흔적

사려니숲을 거닐다.

 

 

 

숲에  다가가보면 보이는 것 이상의  생명으로 이끄는  비밀이 있다.

 

 

 

숲에 들어서며

 

숙소가 이곳 사려니숲과 가까워  지나는 길에 잠깐 들러보았던 그제와는 다르다. 

 이른 아침 맑은 햇살이 투명하게 빛난다 .

녹음의 빛깔이 청순하기까지 하다.비자림로 입구 주차장이 협소하기도 하고 ,여행길 마지막날이라 일찍 부지런을 떨었다.

숲이 빚어내는 수많은 얘기들을 어찌 교감할 것인지,어떤 길을 선택하여 거닐 것인지 , 입구 안내해설사에게 여쭤본다.

사려니숲 박사인 썬님 불로그를 통해 간단한 정보를  입수했던 바 알아 듣는데 도움이 된다.

에코힐링기간이라 많은 탐방객들이 붐빌거라 예상했던 우려와는 달리 아직은 한적하다.

햇살 반짝이는 숲길에 들어서는 발걸음이 그런대로 가볍다

 

 

 

 

 

 

햇살과 더불어

 

정말 꿈을 꾸듯 숲길을 거니는 이 기분을 머라 설명할까나, 이제 막 걷기 시작했으니 숲속 것들에 다정한 마음이다.

진초록 잎맥사이로 살짝살짝 고개 내미는 빛살을 마음 뻗어 받아마셔본다.

내 마음 알아차리고  숨었던 햇살까지 하늘하늘 춤을 춘다.

탐방객들이 하나 둘 나를 앞서 걷는다.나는 어디서든 느림보 거북이니까 하고는 , 스스로 위로하며 시간을 짚어본다.

사려니숲 편도11km구간과 중간지점 물찻오름경유 약 3km 가 오늘 내가 선택한 숲길 코스다.

편도11km만 해도 세시간반정도라 하고, 물찻오름 경유하면 오십분 그러니까 네시간 반정도 소요되는 길인 것이다.

빠른 행보일 경우  소요되는 표준시간이다.내겐 해당되지 않는다 .그걸 감안해 시간안배는 미리 넉넉하게 해뒀다.

지치지만 않는다면 큰 무리는 없을거라 생각하며 아직은 걷는 발걸음이 여유롭다.

 

 

 

 

 

 

원시의 숲 ,초록의 생명성

 

햇살과 밀애를 나누면서 숲 속 나무들에게 눈길 바꿔가며  앵글에 담아본다.

나무들과 풀들이 제멋대로 엉켜 그대로 원시의 숲이 되어주고 있다.

이름도 다 알 수 없는 나무들과 야초들이 유월의 태양 아래  짙푸르게 넘실거린다.

풀은 풀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제 빛깔로 찬란하다.

서로의 무게는 다르지만  자기내면의 깊이는 같아 자연 그대로 수평을 이루며 자기영역에 충실하다.

자꾸 무언가를 찾아 의미부여는 그만하고 초록빛 향기 가득차 햇살 반짝이는 숲속 풍정을 담으려니 잘 안된다.

앞서 걷던 탐방객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 뒤를 이어 걷던 젊은 부부도 보이지 않는다.

숲길로 돌아서면 숲길이 연달아 나타나고 , 어디쯤 걷고 있는지.....

탐방객이 지나는 자리마다  때죽나무꽃 서로 부딪히며 아프다 아프다한다.

생명을 평화로이 이어갈 수 있는 일이란게 어쩌면 잘 견디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숲 속의 별이 되어,산딸나무꽃

 

느림보 거북이는  토끼처럼 낮잠을 잘 수가 없다.쉬지 않고 걸어야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사진은 아예 일찌감치 접어두고 애써 걷는데 초록 무성한 잎들을 제치고 무언가  하얗게 나부낀다.

별처럼 반짝이고 나비처럼 하늘거린다.그러니까 그게 산딸나무꽃인거다.

가끔 산책길에 본 적 있어도 산딸나무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미처 몰랐다.

접어둔 카메라를 꺼내들고 신나게 담아보지만 역시 사진은 이곳 신성 깊은 사려니숲에선 무리다.

 

사려니란 제주어로 신령스럽다는 말이란다.

해발600m  드넓은 평지에 원시림의 숲이 우거져 산딸나무꽃 별이되어 신화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름 그대로 신령 깊은 곳에 하앟게 피어난 산딸나무꽃 몸짓이 꼭 선녀처럼 느껴진다.

한동안 걷는 내내 길섶마다 산딸나무꽃 나를 유혹하며 카메라를 꺼내들게 한다.

오르락내리락 산길이 아닌 평지길이라도 갈길이 먼데, 어서 걸어야 하는데..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비자림로 사려니숲 입구에서 걷기 시작한 나의 행보가  물찻오름 입구에서 잠시 멈췄다.

 두시간여를 쉬지 않고 걸어온 셈이다.사려니오름을 제외한 사려니숲 편도 11km 트레킹이 오늘 나의 사려니숲 계획이다.

물찻오름에 돌아나오는 시간이 오십여분이라니까..느림보 거북이는 한시간 반이 소요될 듯해 안내해설을 들으면서도 망설여진다.

에코힐링기간에만 한시적 개방이라는데 아니 오를 수가 없다.마음이 몸을 넘어 이미 오름을 향해 걷고 있었다.

아,  정말 누가 보건말건 이 세상에서 가장 긴 호흡으로  자유로운 영혼이 되다.

무조건 감사드리며.... (물찻오름에 오르다 참조)

 

 

 

 

 

 

햇살조차 새근새근 숨쉬는 삼나무숲

 

 분화구에 물이 차있어 물찻오름이라 이름 얻은 오름을 돌아나와 연달아 부드러운 곡선의 길이 이어지는 숲길을 다시 걷는다.

 갈 길도 바쁘고 어디에 앉아 먹어야할지 난감해 간단히 준비해간 과일과 주먹밥을 그냥 걸으면서 먹는다.

몇시간이나 소요되는 깊은 숲길을 나홀로 트레킹도 처음이지만 ,걸으면서 끼니 해결함도 처음이지 싶다.

 

일찌기 이만큼 거대한 삼나무 숲을 가까이 대면한 적이 없으니...

이곳이 월든삼거리 삼나무숲인가 보다. 보자마자 감탄사가 절로나오는 삼나무숲이다 .

빼곡히 쭉쭉 뻗은  삼나무들이 세월의 풍상을 잊은 듯  올곶게도 서있다.

몸피 곧은 나무결따라 햇살조차 새근새근 숨쉬는 듯 담양 대나무 숲에 들어선 그런 느낌이다. 

에코힐링이다 .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을 보며 연신 카메라에 무언가 담아보지만 정말이지 사려니숲에서 사진놀이란 역부족임을 이미 알고 있다.

삼나무숲 돌아나오는 10분도 이미 아까울 지경이 되었고, 누가 제지 하지 않으니 오버타임되기 십상이다.

그래도 그렇지 , 개성 짙게 삼나무 들어선 풍경을 마다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느끼는 것과 찍는 것의 차이는 어마하여 와서 보니 사진은 꽝이다.

나만의 정취를 물씬 안고 돌아서는데  물찻오름에서 들려주던 오카리나연주를 이곳에서도 누군가 들려주고 있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눈물겹던 산수국꽃

 

청보랏빛 그 울림에 가슴 떨며 바라보았던 산수국꽃

삼나무 편백나무 숲 그늘에  피어나

 내 마음 애잔하게 만들며 그리움의 시를 쓰네

너를 만나려고 이 깊은 숲에 온 것이라고

그 향기에 취해 가슴 두근두근 하네.

 

집에 와서 보니 사려니숲 산수국꽃이 파일에 가득 들어차 있다. 내 마음을 어찌나 사로잡던지 산수국꽃만은 포기할 수 없어 무수히 찍어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곳에서  지치도록 바라보았던 그 느낌이 아니다.

아직 덜피어 잎사귀 무성해 간간히 얼굴 내밀며 나로하여금 단박에 사랑하게 만든 그 자태가 아닌 것이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만들더니 어인 일일까. 내가 만났던 그꽃은 어디로 간 것일까.

내가 눈물겹게 바라보았던 산수국꽃의 꽃말은 변하기 쉬운 마음이란다.

중심에 자잘자잘 피는게 진짜 꽃이고 ,나비처럼 하늘하늘 춤추는 꽃잎은 진짜 꽃잎을 보호하기 위해 피어난 헛것이라니...

헛것이 진짜보다 아름다워 보이던 조화로움이라니.....기묘한 자연계이다.

 

 

 

 

숲길을 나오며

 

산수국 아름다움에 빠져  힘든 줄 모르고 걷다가 문득 하늘을 쳐다본다.

녹음 짙은 나무사이로 사박사박 내려앉던  아침의 햇살도  한낮이 되니 나처럼 지친듯 내 머리위에서 졸고있다.

몇시간이나 걸었을까 ,삼나무숲 우거진 월든삼거리를 지나 서어나무숲도 지났다.

아침에 들어서던 숲과는 사뭇  길의 형태도 다르고 숲 속 풍정도 다르니까  그 느낌도 다르다.

녹음 감돌아 흐르며 하늘마저 가리던 나무들이 이곳에선 길 양옆에 나란히 질서정연하게 쭉쭉 뻗어있다.

몸피 굵은 저 나무들은 몇백 년이나 세월을 안고 있을려나 ,

집에 와서 찾아보니  사려니숲 삼나무를 1930년에 심었다니 그 나이 1세기도 안된다.

 

시간도 마음자세도 여유롭게 걷자고  3박4일  여정길 마지막날 하루를 충실하게 사려니숲 바라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길 양옆으로 하늘 향해 곧은 자세로 기세등등하게 쭉쭉 뻗어 있는 삼나무숲을  하염없이 걸어가니 멀리 붉은오름 안내판이 보인다.

붉은오름입구는 내가 걷고자 했던 사려니 숲길 마지막 도착지이자  이 숲길을 나가는 출구이기도 하다.

휴우~그러고 보니 장장 일곱시간이 10분 모자라게 걸었네.......

 

어느 숲인들 청정하지 않으랴만,

  물찻오름(왕복2.8km)  포함 편도 14 km 넘는 깊고깊은 숲길을 내 생애 처음 나홀로 거닐었음에 그 의미를 부여한다.

약간의 두려움과 정겨움을 함께 느끼면서 걸어보았던 원시의 숲 그대로인 사려니 숲길 트레킹,

내겐 가슴 가득 피어나는 힐링이였으므로 그  숲에 내마음을 가만 얹어본다.

 

길 위에 선다는 것은 축복이며 은총이다.

 

 

 

 

 

 

 

제주 사려니숲 2014 0613

 

참고로 사려니숲은  오르락내리락 산길이 아닌  평지 숲길이라 누구라도 걷기에 좋은 조건을 지닌 길이에요.

산길 등산하기에 부담된돠면  제주 사려니 숲길을 추천해요.

높고 깊은 산 못지 않은 우람한 나무들이 울창해요.

그만한 조건을 갖춘 평지 숲길도 드물지 싶어요

제주에 가실 일 있다면 사려니숲을 걸어보세요.

사계절 좋을거 같아요.

 

 

 

 

 

 

물찻오름입구안내현수막..숲길 걷다가  나도  진짜  뱀을 만남,

 

물찻오름정상에서 오카리나부시는 안내사님

 

월든삼거리에서 오카리나부시는 안내사님

 

붉은오름입구에서  숲의 사계가 담긴 책자를 나눠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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