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던 태풍은 이쯤에서 적당히 바람도 불고 비도 멈춰줬다
파도자락은 흔들흔들 모래사장에 입맞춤했다.
수영금지에 목마르던 아이들은 신이 났다
옷자락이 흠뻑 젖은 어른들도 신이 났다
아이들의 행복한 시간과
어른들의 행복한 시간이 이어져 동글동글 추억을 만들고 있었다
나의 소중한 시간도 모래사장 위에 잠시 둥지를 틀었다
그 기분 알 것 같다는 듯 파도는 쉼 없이 밀려왔다 밀려갔다.
태풍으로부터 긴장이 풀어진 해변가는 조금씩 들썩였다
지금 이 순간
일상을 순환시키며
모래알처럼 수많은 시간을
잠시 모래사장에 내려놓는다.
오랜만에 두째딸과의 피서여행을 즐기려던 차,
태풍 나크리로 인해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되어 대신 해운대 바다를 선물 받았다.
여름 해수욕장의 상징 같은 , 해마다 피서객들로 넘쳐나 북적대던 해운대 모래사장은 나크리로 인해
수영이 금지되니 피서객들의 모습이 여유로워 차라리 내겐 평온해 보였다.
그런데 백만인파를 자랑하던 해운대에 태풍 직격탄을 맞은 상인들 한숨소리가
파도소리를 따라 출렁거렸다.
2014 .8. 3 해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