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을이 문 닫으려는 찰나에 하얀눈을 만났다.
강원도와 중부 일부 지방에선 이미 첫눈이 내렸지만 내겐 첫눈 맞이다.
정년 퇴임을 앞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형부의 일을 도와주러 갔는데
고맙다며 맛난 집에서 점심을 먹자기에 따라 나서는데 꽤 멀리 간다.
가는 중에 눈발이 흩날린다.
식사를 하면서도 시선이 자꾸만 창 밖에 머문다.
음식점 근처에서 가볼만한 곳을 가자하니 영국군기념참전비로 간다
영국군참전기념비는 경기도 파주 감악산 가는 길에 있다.
미처 보내지 못한 가을빛 머금은 잎새에 하얀눈이 내린다.
꿈꾸듯 만나는 첫눈 맞이다.
앙증맞은 다리가 동화속 나라같다.
아직도 꿈꾸는 그대라해도 어쩔 수 없다.
언니도 첫눈이 설레는지 나보다 좋아라한다.
낙엽이 가는 길,
버석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텅 빈 소리가 들리고
무미건조하고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올 때
스스로의 여유를 갖음은
내 삶에 대한 사랑이며 첫눈 같은 촉진제이다.
사철 푸른 소나무라도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내리면 눈을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 속에 선다.
한갓, 꿈으로만 살지는 않는다.
웃고 울며 길 걷는 내것의 풍경,
먼 길 가는 길에
수 많은 풍경을 만나며
늘 새봄을 잉태하며 걷는다.
빈가지에 나붓히 내리는 은빛 눈송이가 아름답다.
겨울향기다.
**사진,글/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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