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댐에서 청풍호반으로 가다 길을 잘못들어 비포장 산길을 헤맸다.
옥수수밭 지나고 콩밭도 지나고
넘어넘어 한참을 가도 포장도로는 커녕
생전 다녀본 적 없는 산길 비포장 돌길로 이어진다.
타이어 구멍날까 조바심하는 내 불안한 처지와는 상관없이
호박 덩굴 담쟁이 덩굴 이름모를 가지가지 여름 채소들이
대문도 없는 집에서 서로 뒤엉켜 잘도 지내고 있다.
그렇게 한참을 가는데
깊은 숲속 비포장 길을 빈지게 지고 걸어가시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어딜 가시는 걸까?
빈지게에 실린 세월의 무게가 주름진 얼굴 너머에서
천년쯤 사셨노라고 일러 준다.
아무렇지도 않게 덤덤히 걸으시던 할아버지 발자국 좇아
따라오던 강물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 수 없다' 는 어느 시인의 소리도 들리는 듯 했다.
--충주댐<위>과 ,청풍호반<아래> 0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