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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 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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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과 토끼풀 가볍고 부드러운 것.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 때론 한없이 커 보이는 것. 늘 부족하여 채워지지 않는 것. 그러나 한 줌이면 충족 되는 것. 따스한 것. 그래서 몸 속에서 녹아 내리는 것. 눈물의 뒤편에서 빛나는 것. 죽음의 저쪽에서 환해지는 것. 줄 때에 기쁜 것. 줄수록 더 많이 ..
시와 함께 너는 햇살 햇살이었다 산다는 일 고달프고 답답해도 네가 있는곳 찬란하게 빛나고 네가 가는길 환하게 밝았다 너는 불꽃 불꽃이었다 갈수록 어두운 세월 스러지려는 불길에 새 불 부르고 언덕에 온고을에 불을 질렀다 너는 바람 바람이었다 거센 꽃바람이었다 꽃바람 타고 오는 아우성이었다 아우성..
음악듣다가 활짝 핀 꽃들 앞에서 왜 나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릴까. 꽃잎들은 곧 땅에 떨어져 지나는 바람 앞에 허무하게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화려하고 눈부셨던 꽃들은 우리가 소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잠깐 구경만 하라고 피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들의 삶도 그렇게 가슴 설레게 했던 ..
오월의 시.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 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
음악듣기-Beethoven,Violin Sonata No.7 in C minor, Op.30-2 Yehudi Menuhin,1916 - 1999 Beethoven, Violin Sonata No.7 in C minor, Op.30-2 Yehudi Menuhin, violin Wilhelm Kempff, piano 1 악장. Allegretto 2 악장. Adagio 3 악장. Scherzo 4 악장. Finale Yehudi Menuhin, violin Wilhelm Kempff, piano 흐르는 곡 : 2 악장, Adagio 가시나무 울타리에 달빛 한 채 걸려 있습니다 마음이 또 생각 끝에 저뭅..
봄과 같은 사람 /이해인 봄과 같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 본다. 그는 아마도 늘 희망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따뜻한 사람, 친절한 사람, 명랑한 사람, 온유한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고마워 할 줄 아는 사람, 창조적인 사람, 긍정적인 사람일게다.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고 불평하기 전에 우선 그 안에 해..
꽃/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
흰구름 오오 보라, 흰구름은 다시금 잊혀진 아름다운 노래의 희미한 멜로디처럼 푸른 하늘 저쪽으로 흘러간다. 기나긴 나그네 길을 통해서 방랑과 슬픔과 기쁨을 한껏 맛본 자가 아니고는 저 구름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나는 태양과 바다와 바람같이 하얀 것, 정처 없는 것을 좋아하나니 이것들은 고향 떠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