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봄 사월의 오동도 동백꽃은 눈물처럼 후드둑 그렇게 아프다 아프다 하지 않았다.. 아름드리 나무에 송알송알 피어서는 춤추듯 밝고 경쾌한 표정으로 봄을 타고 있었다.진지하게 집중하기엔 그날 동백꽃은 신선하고 예뻤다. 품위와 격조 있는 동백꽃 정서와는 거리가 멀었다. 동백꽃 한참 피는 때를 비켜난 후라 땅에 떨어져 아프다 아프다 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꽃을 피우기 위해 견뎌낸 시간들은 보배로운 자산인 거라고, 송이째 뚝 떨어져 나뒹굴어야만 동백꽃의 완결성이 되는 건 아니라고 항변하는 거 같았다.숲에 내려 앉는 햇살과 기분 좋은 바람은 발걸음마저 가볍게 했었다.힘겨운 결단을 앞두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자문자답으로 걷는 길 위에서 가슴 따뜻하게 하는 힘 같은 그 무언가가 청량제처럼 느껴졌었다. 섬 한바퀴 걸어나올 때까지 서로 따뜻하게 호흡했었다.
한파 기승이던 며칠 감기몸살을 앓았는데 ,생뚱맞게 그해 봄 사월의 오동도 동백꽃이 생각났다. 그 순간 느꼈던 따뜻한 에너지를 소환하고 싶다. 그리하여 추운 겨울 싱싱하게 숨쉬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지금쯤 동백꽃은 피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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