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엔 연꽃이 피어난다 . 향기보다 자태에 취해 해마다 연밭에서 숨고르기를 했던 건데, 백련도 홍련도 올해는 아직 만나지 않았다.
카메라 들고 나간지도 가물하다 . 마음의 여유가 다른 곳에 가 있기도 하고 , 뭐랄까 , 너무 덥다는 핑계보다는 연꽃을 보겠다는 절실함이 적다.
그런데 5년도 지난 묵은 연꽃 한송이 바라보면서 그해 여름 능내리 풍경을 떠올리니 가슴에서 싸안 여운이 맴돈다.
요즘 더위만큼 그해 여름 능내리 연꽃밭도 진짜 더웠웠다. 가까운 연밭 놔두고 능내리 길도 걷고 다산 정약용 유적지도 둘러볼겸 간건데 ,
유적지관람엔 뜻이 없고 생태관너머 연밭만 탐했었다. 능내리 연밭은 그해 여름이 첫 방문이었던 셈,
공중에서 이미 졸도해버린 햇살은 바람 소리마저 딱 멈춰버리게 해놓고선 무성한 연잎 사이를 숨박꼭질 했었다.
어지간해선 말없는 남편이 그만 돌아가자고 애걸? 했음에도 드문드문 연꽃 덜 핀 연잎 사이를 헤집고 나도 숨박꼭질을 했던 거다.
팔당호수에 떠있던 황포돛배는 뜨거운 열기에 잠겨 왜 그리 고통스러워 보이던지, 좋고 아름다운 것만 보려고 나섰던 발걸음을 주춤하게 했었다.
아름답게 보아넘기기엔 이끼 질퍽한 연못의 것들이 질서의 힘에 순응하는 자세가 숭고했으니, 세월의 힘에 짓눌려 엄살떨려고 갔다가 역전패한거였다.
그래도 여름 가기전에 연꽃밭으로 또 가겠지 ,나는.
앞으로는 사진 찍겠다고 동행인(그 누구든)을 고생시키는 우는 범하지 않으리란 작은 다짐도 해보면서 ,늙는 건지 철이 드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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